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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윤휘종의 잠시쉼표] 4대 재벌 규제가 해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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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말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에게 다른 느낌을 준다. 심리학에서는 설문조사를 할 때 질문지의 용어선정이 편향적인지 여부까지 따져 그 설문조사의 신뢰도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정부'란 표현과 '당국'이란 표현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그래서 가끔은 의도적으로 이런 표현을 조작해 통계결과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재벌개혁 공약'을 보면 '촛불 민심'으로 화가 나 있는 국민에게 이런 선입견을 유도하는 포퓰리즘적 발상이란 생각이 든다. 그는 삼성·현대차·LG·SK 등을 '재벌집단'으로 규정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은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세계 7위' 브랜드의 기업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35위와 69위에 오른 기업들이다. 만약 문재인 전 대표가 '글로벌 기업(브랜드) 개혁'이라고 표현했다면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재벌이란 표현은 흔히 쓰는 말이니 일단 넘어가자. 그런데 그의 '재벌개혁 공약'을 보면 재벌이라고 통칭하는 기업들을 마치 '악의 근원'으로 보는 것 같다.

 

그는 "단호하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 적폐를 청산해야 경제를 살리고 국민이 잘 사는 나라로 갈 수 있다"며 "재벌 가운데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4대 그룹을 특정했다. 또 "30대 재벌 자산을 살펴보면 삼성재벌의 자산 비중이 5분의 1이다. 범(凡)삼성재벌로 넓히면 4분의 1에 달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1위 삼성과 65위 기업이 같은 규제를 받는다. 규제를 10대 재벌에 집중토록 조치해 경제력 집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얼핏보면 정의로운 사회가 열릴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위험한 발상이다. 우선, 정경유착을 재벌들이 먼저 권력을 유혹한 것처럼 보고 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에서도 여러 대기업 총수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듯이 권력이 먼저 요구했다.

 

권력이 요구하면 기업은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권력을 가졌던 문 전 대표도 잘 알 것이다. 정경유착의 적폐는 정치권부터 먼저 끊어야 한다. 속된 말로 돈 뜯긴 것도 억울한데 범죄자 취급을 하는 건 정의롭지 않다. 그런데도 정치권 스스로 자정하겠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대통령까지 탄핵되는 마당에 그에 걸맞는 '거물'을 엮어야 한다는 강박증이라도 있는 것 같다. 삼성이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 혐의가 있다며 '언론 플레이'를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지금의 특검이다. 정치권과 특검 등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누군가 '희생양'을 찾고 있다.

그리고, 4대 재벌에 대한 규제를 한 뒤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5위 기업이 1위가 될 것이고, 그러면 다시 1위가 된 그 기업을 규제할 것인가. 그가 말하는 재계 서열은 정치권이 바꾸는 게 아니라 시장이, 소비자가 바꾼 것이다. 서열 65위를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65위가 된 것이다.

 

어느 기업이 평생 중소기업으로만 머물겠다고 하는가. 모두가 부자가 되고 싶고, 모두가 큰 기업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시장경쟁에서 성공한 기업만이 1등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노력해서 성공한 기업들을 권력과 규제로 깎아내리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

문재인 전 대표의 말처럼 부익부 빈익빈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방법론이 문제다. 잘 사는 사람들 돈을 못벌게 하고 돈 많은 사람들 돈을 뺏을 것인가, 아니면 못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더 벌게 만들 것인가. 만약 대한민국이란 땅덩어리 안에서 이런 결정을 해야 한다면 고민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세계를 무대로 본다면 못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다. 그게 국가적으로도 유리하다. 재벌들 두들겨패서 발목을 잡아 묶는 게 아니라 재벌들 등을 떠밀어서 외국에서 돈을 벌어오게 하고, 우리나라에서 직업을 못 갖는 사람들을 해외에 내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다. 실업률은 계속 오르고 특히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대기업도 사정이 좋은 게 아니다. 건설, 조선, 해운, 금융, 증권 등 총체적 난국이다.

 

일부 업종이 그나마 호황인 것이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이런 난국을 풀 혜안을 제시해야 한다. 4대 재벌을 규제해 경제력 집중을 막겠다는 건 모난 정을 망치로 때리겠다는 것처럼 지극히 단순한 발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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