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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순혈주의' 늪에 빠진 BNK와 신라 '골품'

천년 문화를 꽃피운 통일왕국 신라. 유학과 불교를 통해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하고 찬란한 문화예술로 한국사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천년을 더 갈 것 같던 통일신라도 결국 망했다. 왜일까.

흔히들 신라가 멸망한 원인으로 성골·진골 귀족의 배타성과 폐쇄성을 든다. 왕족을 의미하는 '골(骨)', 귀족을 뜻하는 '품(品)'으로 신분을 나눈 골품제는 정치·사회 활동의 범위를 정할 뿐만 아니라 가옥의 규모 등 일상생활까지 규제했다. 6두품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아찬 이상의 벼슬을 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제약으로 뜻을 펼칠 수 없었던 6두품 중 일부는 중국 당나라로 건너가 관리가 되기도 했다.

결국 지방 호족 세력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신라 왕조는 고려에 백기 투항하고, 신라는 56대 992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기자는 최근 BNK금융지주를 보면서 통일신라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지나친 기우였으면 한다.

최근 경영진이 각종 의혹에 휩싸였는데도 책임은 없고, '우리(BNK 출신)가 아니면 안 된다'며 순혈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이 너무도 닮았다.

실제로 BNK금융지주는 송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BNK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분기보고서를 보면 현재 제소된 사건은 40건, 소송금액은1410억원 규모에 달한다. 피소사건은 77건으로 960억원 규모다.

또 BNK금융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다. 시중은행은 고개를 흔들었지만 BNK금융은 엘시티 사업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줬다. 부산은행 등 계열사는 지난 2015년 9월 엘시티 사업에 1조1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약정했다.

BNK금융은 같은해 1월에도 자금난을 겪던 엘시티 시행사에 3800억원을 대출해줘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엘시티 시행사는 군인공제회로부터 빌린 3450억원의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상태여서 '특혜 의혹'이 거세게 일었다.

BNK금융지주 회장과 부산은행의 경영권에 도전한 내부 인사중 상당수가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도 버젓이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앉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급기야 퇴직 임직원과 노조까지 나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하는 모양새다.

부산은행 퇴직 임직원의 모임인 동우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차기 BNK금융지주 수장에 정치권의 비호를 받는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은행 발전을 해치고 지역 사회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72세의 고령자가 낙하산이 아니면 어떻게 최종 후보가 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은행 근무 경력이 전무하고 최근 4년간이나 금융권을 떠나 있어 금융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BNK금융 노조는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낙하산 인사로 지목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는 등 강하게 반발감을 드러내고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BNK조직원들의 욕심은 권력에 집착하는 신라 귀족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경남은행장 등 보기 싫은 6두품 세력과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외부인을 배척한 BNK는 또 다른 굴러온 돌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는 꼴이다. 금융지주의 미래가 어디로 가든 말든 부산은행 출신의 귀족과 이를 지지하는 조직원들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 한마디로 극단적인 '집단 이기주의', '패거리 문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통일신라에도 기회는 있었다. '시무10조'로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최치원의 열정과 좌절이 그것이다. 최치원에게 6두품으로는 최고 관등인 아찬 벼슬을 준 진성여왕이 그를 더 큰 자리에 중용했더라면 통일신라가 그토록 쉽게 쇠락의 길을 걸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BNK에는 의리와 포용으로 신라를 '무장해제'시킨 왕건과 같은 리더가 더 필요해 보인다. 실력은 임추위가 검증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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