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아는 지인 중 한 명이 페이스북에 라면 한 박스를 사놓고 사진 제목으로 '비상식량'이라며 게시물을 올렸다. 당시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설전'이 최고조에 달할 때였다.
게시물의 내용이나 다른 사람들의 댓글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전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보여준 게 아니었을까.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부터는 2017 을지연습이 전개돼 북한의 도발이 우려되기도 했다. 당시 불안정한 정세는 주식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로 8300억원 이상이 순매도돼 국내 10대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 48조원이 일주일 새 사라지기도 했다.
이후 한반도 긴장 잠잠해지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29일 새벽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다시 얼어붙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김정은의 도발에 대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위 이해당사국들이 모두 '이제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왔으나 30일에는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발을 넘어 이웃 국가에 대한 폭거"라고 말해 인내에 한계가 왔음을 보여줬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행위는 북한 편이었던 중국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한국과 미국·일본 등 우방국들의 관계가 좀 더 끈끈해지는 촉매가 되기도 했다.
중국 학자 주희가 논어의 해설을 쓴 내용 중에 '난극당치(亂極當治)'란 말이 나온다. 혼란이 극에 달하면 새로운 질서가 온다는 의미다.
김정은은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동북아 안보를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도발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우리 내부와 우방들은 더 단단히 뭉쳐진다.
그리고, 이런 혼란이 극에 달해 그 끝에 이르면 '새로운 질서'가 온다. 김정은은 이런 역사의 교훈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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