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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권 박사 칼럼] 과식 후유증? 식체 VS 식적

임영권 한의학 박사(아이조아한의원 수원점 대표원장)



추석 명절을 포함해 긴 연휴 동안, 우리는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놀고, 또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명절을 치르느라, 벅찬 일정을 소화하느라 무리한 탓인지 일상으로의 복귀가 만만치 않다. 이맘때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감기, 비염, 몸살, 근육통, 피로감 등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휴 동안 차례 음식, 외식, 배달 음식을 번갈아 먹으며 과식, 폭식, 야식 등으로 소화기 트러블을 겪기도 한다.

음식물을 과하게 또는 급하게,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긴장된 상태에서 섭취하면 '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흔히 '식체(食滯)'라고 부르는데, 한방에서는 '소아가 젖이나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먹어 비위(脾胃)가 운화하지 못하여 음식이 장위(腸胃)에 쌓여 생기는 병증'을 식체로 본다.

식체 증상으로는 트림이 나고 배가 부르며 시큼하고 쉰내 나는 찌꺼기를 토하고 식욕이 감퇴한다. 시간이 지나도 체기가 내려가지 않으면 배가 그득한 느낌이 들면서 열이 나거나, 누르면 아프고, 변비가 생기거나 대변에서 심한 악취가 나며, 미열, 갈증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비위(소화기)가 허약한 어른이나 아이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다.

가벼운 식체라면 매실차, 진피차를 마시거나 합곡혈(엄지와 검지 사이의 우묵한 곳)을 꾹꾹 눌러주는 것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손을 따는' 경우도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소상혈 점자출혈 요법'이라고 한다. 기혈(氣血)을 조화시키고 비위(脾胃)의 소화 흡수 기능을 높여 주며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작용이 있다고 본다. 또 따뜻한 수건이나 보온 팩을 배꼽 주위에 10분 정도 덮어두기도 한다. 당장은 식사량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식체가 해결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거나 자꾸 재발할 때이다. 즉 체증이 빨리 해소되지 않고 체한 것이 오래가거나 반복되면 몸속에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쌓이면서 만성적 질환인 '식적(食積)'이 된다.

영유아의 경우 식사를 많이 해도 포만감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더 이상 못 먹을 때까지 먹는 경향이 있다. 결국 적정량을 넘어서게 되어 식체가 나타나고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식적이 된다. 맛이 달고 삼키기 편한 분유 수유 아이들에게 이런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유상증(乳傷症)'이라고 한다. 아무 이유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울며 보채거나, 자다가 자주 깨거나, 묽은 변을 보거나, 구토를 자주하는 아기들은 유상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식적인 아이는 대체로 식사에 기복이 심하다. 몸속에 쌓인 음식물로 배가 아프고 속이 더부룩해 식사량이 줄면서 잘 안 먹고, 변비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속열이 많아져 아이스크림, 단맛 음료, 과자 등 입에는 달콤하지만 몸에는 안 좋은 찬 것, 단 것 등을 찾아 편식을 한다. 정상적인 영양 섭취가 어렵기 때문에 키와 체중이 잘 늘지 않아 성장이 더뎌지고, 기혈순환이 정체되어 '간비불화(肝脾不和, 간과 비위가 조화롭지 못함)'로 근육이 약해져서 성장통이 나타날 수 있다. 눈 밑에 그늘이 지고 항상 피곤해하면서 누워 있으려 하고 흐느적거리게 된다.

또한 식적은 호흡기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우리 몸에는 크게 음식물의 기운과 맑은 공기의 기운이 들어온다. 그중 음식물의 기운의 흐름이 약해지면 폐의 기운도 저하되어 담이 생기고 이로 인해 잔기침, 콧물, 가래, 코 막힘, 구강호흡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눈을 깜빡이거나, 코를 자주 만지거나 씰룩거리는 등 틱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 얼굴빛이 어두우면서 광택이 없고 거칠며, 구취가 심하고 방귀와 대변 냄새가 심한 경우, 공복에도 올챙이배처럼 볼록한 경우, 소화가 안 되면서 두통을 호소하거나, 항상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경우 식적을 의심해본다. 이때 아이를 바르게 눕힌 뒤 명치에서부터 배꼽까지 두 손으로 꾹 눌러 덩어리가 느껴지거나 통증이 있다면 식적일 수 있다. 진맥을 하면 최근에 생긴 식적은 맥이 빠르고 힘이 있고, 오래된 식적은 맥이 잘 안 잡히면서 느리고 약한 경향이 있다.

식체와 식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와 잠들기 전 공복 상태를 유지한다. 어린 아기들은 생후 9개월 이후부터는 밤중 수유를 중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과식은 좋지 않은데, 특히 칼로리가 높은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피한다. 늦은 밤 야식은 소화를 못 시키고 잠들기 때문에 금해야 하며 저녁에 몰아서 먹는 습관 또한 고친다. 담백한 고기류, 구근식물, 채소, 신선한 제철 과일 등이 좋다.

한방에서의 치료는 체한 것을 소통시켜주는 '소체(消滯)'와 대변을 원활히 하는 '통변(通便)'을 원칙으로 한다. 소화가 잘되고 대변이 잘 소통하면 식체와 식적을 치료할 수 있다. 손목 안쪽 중간부위 상부의 '내관혈'을 자극하거나, 배꼽과 명치 사이의 중완혈에 침을 놓아 치료한다. 중완혈에 따뜻한 뜸을 하거나, 비위를 보하는 '보위고'를 붙여도 속이 편해지는 효과가 있다. 식체가 지속되어 나타난 식적에는 소화력을 도와주는 평위산류의 한약을 처방하고, 장의 기운이 떨어져서 대변이 좋지 않은 식적에는 대황도체탕을 사용한다. 식적이 오래되어 여기저기 몸이 아픈 것을 동반할 때는 여러 가지 식적증을 함께 치료하는 오적산을 처방한다.

마음껏 즐겼던 연휴. 혹시라도 뒤늦게 식이 트러블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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