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홍경한의 시시일각] 어느 화랑주인의 행보

홍경한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미술계는 작가들이 있기에 구동된다. 현실적인 측면도 그렇다. 그들이 작품을 만들거나 전시를 하게 되면 화방은 물론, 액자집, 도록제작업체, 운송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수입을 얻는다. 큐레이터, 평론가 등도 작가들이 존재하기에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고 직업의 의미와 역할도 강조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선 미술관 및 화랑, 창작공간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직업이 교차하는 장(場)이지만 그들에게도 작가들의 비중은 매우 크다. 창작자들이 생산하는 작품 없이는 좋은 콘텐츠도, 전시도, 공간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가들은 창작활동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살린다. 그러나 정작 작가들은 늘 생존의 고비를 넘나든다. 주는 만큼 받는 구조가 아닌 탓이다. 물론 교류의 결이 반드시 흑백으로 구분되진 않는데다 각자의 기여도가 다르지만, 시쳇말로 작가들 때문에 먹고 살면서도 그들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희박한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그 많은 화랑 가운데 소위 메이저라 불리는 화랑들 또한 작가들에 대한 인심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매해 수십 내지는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그들을 위한 지원은 그리 가시적이지 않은 탓이다.

이런 현실에서 몇 해 전 문을 연 '서울예술재단'의 행보는 눈에 띈다. 40여 년 동안 '표갤러리'를 운영해온 표미선 대표는 작가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창작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 끝에 지난 2015년 신문로에 '서울예술재단'을 설립했다. 2009년부터 6년간 한국화랑협회장을 지내며 직접 보고 느낀 열악한 미술환경을 개선하고 미술향유 인구 확산을 위해 사재 10억 원을 출연해 만든 비영리법인이다.

이제 3년의 역사에 불과함에도 서울예술재단은 작가와 콜렉터, 비평가, 기획자 간 상호교류를 도모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구색을 빠르게 갖춰가고 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재단을 사랑방처럼 꾸몄고, 후원자들과 미술계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하게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 중 신진작가 및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한 '포트폴리오박람회'와 '전시기획자박람회'는 호응도가 높은 핵심 프로그램이다. 전문가 리뷰와 심사를 곁들인 '포트폴리오박람회'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춘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 당시부터 시행해온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시작된 '전시기획자박람회'는 취약한 환경에 놓인 매개자 발굴을 위해 마련한 무대다.

이 두 행사는 창작비와 전시를 동시에 지원해 '기회'가 부족한 젊은 작가들과 기획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허나 표미선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 평론가와 중견작가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또 다시 모색하고 있다. 비평집 발간과 중견작가 컬렉션이 그 예다.

혹자는 서울예술재단을 놓고 화랑 특유의 상술이 '재단'이라는 그럴싸한 옷을 입은 게 아니냐는 오해를 한다. 돈 많은 이가 벌이는 여가(餘暇) 쯤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없진 않다. 하지만 화랑업을 그만두었을 때 일생을 함께한 미술계에 무엇을 어떻게 환원할 수 있을까에 관한 표 대표의 고민은 진중하다. 그 진중함이 침실전문 유통회사인 '이브자리'를 비롯한 지인들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배경이다.

표 대표의 행보는 적어도 대가 없는 부의 이전에나 골몰하는 모습들과는 색깔이 다르다. 그리고 이 다른 색깔은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할 이유다. 관심을 가져야 서울예술재단과 같은 '이로운' 공간들도 늘어난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