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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위험한 충성



낡은 문고리 하나가 낙엽처럼 떨어졌다. 박근혜 정권 내내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5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날 김세윤 부장판사는 정 전 비서관이 고도의 비밀유지가 요구되는 문건을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최순실 씨에게 보내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최씨 측에 '드레스덴 연설문' '국무회의 말씀자료' 등 청와대·정부 문서를 넘긴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재판 받았다.

재판 내내 정 전 비서관이 보여준 모습은 '충성'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나라 사랑을 강조하고 최씨의 청와대 문건 수정을 정당화했다.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지난달 결심공판 때는 3년 반 동안 청와대에서 열심히 일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잠시 눈을 붙이다 새벽 5시께 청와대 본관 청소 소리에 잠을 깨곤 하던 공직자의 모습이었다.

그랬던 그가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충성 때문이다. 충성은 미덕이면서 죄악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는 돼지 나폴레옹의 믿음직한 말 '복서'가 등장한다. 이상사회의 상징인 풍차를 짓다 쓰러진 복서는 결국 도살장에 팔려갔다. 그는 살아생전 나폴레옹의 잔혹한 통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는 충성 맹세를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되뇔 뿐이었다. 정 전 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둘의 공통점은 질문 없이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이다. 선고가 끝났을 때, 한 방청객은 정 전 비서관에게 할복을 요구했다. 맹목적인 충성의 말로다.

정 전 비서관은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질문했어야 한다.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은 문제가 아닌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습관적인 의존을 멈춰야 하지는 않는지.

스스로에게도 물어야 했다. 주권자가 선출한 대통령의 비서관이라면, 충성의 대상이 국민이었어야 하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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