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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Why, wine)']<43>슬픔이여 안녕…샤또 샤스스플린

안상미 기자



"오, 시간이여, 비상을 멈추어라. 너희들 행복한 순간이여, 흐름을 멈추어라!"(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호수' 중에서)

최고의 빈티지 중 하나라는 평가가 어울린다. 레이블에 새겨진 이 싯구와 같이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 생기넘치는 과실향과 단단한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 '샤또 샤스스플린' 2005년 빈티지다. 15년 가까이 숙성되면서 마실 때가 지났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샤또 샤스스플린 와이너리 /샤또 샤스스플린 홈페이지



샤또 샤스스플린은 프랑스 보르도의 물리스 지역에 위치한다. 그랑 크뤼(Grand Crul) 등급의 샤또가 아님에도 유명세를 탄 것은 그랑 크뤼에 못지 않은 품질과 이름에 담겨진 사연 덕분이다.

샤또 샤스스플린은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사랑한 와인이다. 보들레르는 태어나면서부터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심각한 우울증을 달고 살았다. 그런 그를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게 바로 와인 샤또 샤스스플린이다. 프랑스어로 샤스(Chasse)는 '내쫓다'는 의미를, 스플린(Spleen)은 '우울'이라는 의미다. 와인을 마시고 우울증을 이겨낸 보들레르는 '슬픔이여 안녕'이란 뜻의 샤스스플린을 와이너리에 헌사하면서 그대로 와인의 이름이 됐다.

보들레르를 위로해준 샤또 샤스스플린의 매력은 외유내강이다.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며 우아함이 넘치지만 생기있는 단단함은 그 어떤 슬픔이라도 버틸 내면의 힘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해준다.

샤또 샤스스플린 2005, 2015 빈티지



최고 빈티지 중 하나인 2005년은 날씨가 좋았다. 겨울부터 가을까지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고, 봄과 여름은 덥고 햇빛이 내리쬐었지만 삼복더위 같은 무더위는 없었다. 8월에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서 알콜 도수를 올리지 않고도 숙성이 이뤄지면서 당분과 산도의 균형이 잘 잡혔다.

샤또 샤스스플린 2005는 카버네 소비뇽 55%에 메를로 40%, 쁘티 베르도 5%를 섞어 만들었다. 짙으면서도 투명한 루비색에 과실향이 가득했다. 신선한 박하향과 나무향도 슬쩍 끼어든다. 탄닌은 부담없이 유려하고, 균형이 잘 잡혀있다.

샤또 샤스스플린 2015는 카버네 소비뇽 50%에 메를로 42%, 쁘띠 베르도 5%, 카버네 프랑 3%로 블렌딩을 했다. 2005년 빈티지와 비교하고 싶어 2015 빈티지도 오픈했지만 역시나 너무 빨랐다. 최소 2020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와이너리의 조언처럼 아직은 숙성이 더 필요한 상태였다. 검은 과실 향이 단단히 숨겨진 가운데 입안을 조여주는 탄닌도 힘이 그대로 느껴졌다. 2045년까지도 숙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샤토 샤스스플린은 이름을 헌사한 보들레르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레이블에 새로운 싯구를 넣는다. 2015년 빈티지에는 "예술과 와인은 자유인의 가장 큰 기쁨이다(L'art et le vin sont les joies superieures de l'homme libr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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