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수십억원 상당 고가 아파트의 주민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공시가격을 무더기로 낮춰준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가구당 재산세를 많게는 90만원 가까이 깎아줬다는 분석이다.
국토부가 당초 공시가격을 매길 때나 하향 조정할 때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고무줄 공시가'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만 수십만원의 절세 혜택을 받는다는 형평성 논란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30일 민주평화당 대표 정동영 의원이 한국감정원에서 받은 '공동주택 단지별 이의신청 조정 및 연관 세대 정정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의 경우 공시가격 정정으로 가두당 76만원의 재산세를 아꼈다.
당국은 앞서 갤러리아포레 전체 230가구의 평균 가구당 공시가격을 4월 말 기준 30억156만5000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감정원 등은 이후 주민이 제기한 이의를 받아들여 평균 공시가격을 27억9728만7000원으로 낮췄다. 인근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신축으로 조망·일조권이 약해진 부분을 반영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하향 조정 결과를 공시가격 기준으로 정하자 재산세도 가구당 1041만원에서 965만원으로 76만원 줄었다. 갤러리아포레 2개동 230가구가 덜 낸 재산세 총액은 1억7478만원에 달한다.
일부 가구 이의신청에 따른 조정 결과를 '연관 세대 정정'이라는 이름으로 단지 전체 가구에 모두 적용한 것은 '부동산가격공시법' 위반이라는 게 정 의원 설명이다. 공시위원회 심의조차 거치지 않고 공시가격을 일괄적으로 내려줬기 때문에 임의 조치라는 것이다.
또 서울시 강남구 골든빌의 가구당 평균 공시가격도 21억5200만원에서 19억1644만4000원으로 11% 낮아졌다. 724만9000원이던 가구당 평균 재산가도 637만3000원으로 87만원가량 줄었다.
서울시 서초구 어퍼하우스의 경우 공시가격이 평균 19억1022만2000원에서 17억288만9000원으로 6% 떨어졌다. 재산세는 635만원에서 591만4000원으로 43만원씩 덜 냈다.
강남구 현대힐스테이트2단지와 도곡렉슬, 한신오페라하우스2차, 성동구 트리마제, 광진구 이튼타워리버5차 역시 공시가격 정정으로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씩 재산세를 절감했다.
정 의원은 "국토부가 공시가격을 정확하게 조사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연관 세대 정정이라는 법적 근거와 기준이 불명확한 제도로 수십억원짜리 주택에 사는 사람의 세금을 쉽게 깎아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제도 개혁으로 공시가격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의신청에 따른 공시가격 조정과 연관 세대 정정이 정당한 것인지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