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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라임 사태' 후폭풍…"부실 CB·TRS, 아직 터질 게 남았다"

금융투자업계의 안일한 대처가 투자자 손실을 키우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부실한 기업의 전환사채(CB)를 사들였고, 증권사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해 유동성과 안정성을 꾀했다. 하지만 투자자와 증권사가 돈을 빼내려하자 자산운용사는 환매 중단을 잇따라 결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자금의 유동성이 떨어지면서 제3, 제4의 '라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펜루트자산운용



28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이하 알펜루트)은 보도자료를 통해 총 26개, 최대 1817억원 규모의 펀드가 2월 말까지 환매 연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알펜루트는 "이는 개방형 펀드의 외부고객자산이 100% 나온다는 전제로 도출한 숫자"라면서 "펀드 대부분은 우량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임직원 자금(447억원)이 운용되고 있는 만큼 펀드의 유동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익률의 훼손없이 정상화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부실 CB 급증"

최근 사모펀드 시장에 경고등이 켜진 상품은 부실한 CB를 과도하게 편입한 펀드다. 라임 사태 처럼 기업의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면 투자 원금도 회수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CB 활성화는 지난 2018년 '코스닥벤처펀드' 활성화 방안에서 기인한다. 당시 자본시장에는 코스닥과 벤처기업을 살리기 위해 CB 발행을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자산운용사는 이들 CB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했다.

당시 0%대 발행금리의 CB가 쏟아지면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부실 CB 투자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실제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CB 규모는 2017년 3조2796억원에서 2018년 5조2798억원으로 1년 새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라임 사태에도 불구하고 4조원 이상 발행됐다.

이에 따라 올해만 1조8978억원, 내년에는 4조164억원 규모의 코스닥 CB 만기가 도래한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코스닥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들어오면 CB를 대거 담은 펀드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면서 "라임 사태는 도미노처럼 다른 펀드도 무너트릴 것"이라고 말했다.

◆"TRS만 믿고 펀드 키웠는데…"

현재 자산운용사의 유동성을 막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증권사의 TRS 환매 요구다. 증권사 TRS는 자산운용사의 펀드 자산을 담보로 신용공여(레버리지 대출)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는 확정된 이자를 가져가고 자산운용사들은 리스크가 있지만 레버리지로 자금 규모를 두세 배로 키우고 이 돈으로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지금까지 TRS 제도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서로 '윈-윈'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증권사는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고, 자산운용사는 더 큰 돈을 굴려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자산운용사가 사모펀드를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증권사의 TRS 제도가 유동성을 키워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권사가 라임 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TRS 회수를 결정하면서다. 증권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내부적으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영업 부서를 축소하고 관련 자금 대출 비중을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TRS는 계약 구조상 만기가 있지만 증권사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지 해지가 가능한 구조다.

알펜루트의 환매 중단도 증권사의 TRS 환매 요구가 쏟아지면서 시작됐다. 한국투자증권이 150억원의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고, 미래에셋대우는 만기가 도래한 80억원 규모의 TRS에 대해 상환을 요청한 상태다. 해당 자산은 레버리지로 투자되어 있기 때문에 총 460억원의 펀드 자금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알펜루트 관계자는 "계약서상 증권사의 요청이 있으면 돌려줘야 하는 게 맞지만 이렇게 갑자기 환매 요구가 쏟아질 줄은 몰랐다"면서 "1800억원 규모의 펀드에서 갑자기 46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면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는 제3, 제4의 라임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TRS 계약으로 자금을 대준 운용사는 20곳에 육박하며 해당 자금 규모는 총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차입이 200%까지 가능하다 보니 TRS 계약을 많이 해서 자금을 운용하는 상황이었다"며 "알펜루트의 경우 비상장 회사 투자에 특화해 비교적 탄탄한 구조로 운용해온 회사였는데,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돈을 빼면서 유동성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운용사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개방형 펀드 투자자들이 불안감 때문에 대거 환매를 요구할 수 있어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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