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오가노이드(장기모사체) 분야에서 한국은 선두 그룹에 서있다. 특히 국내 연구진들은 장(腸)이나 간(肝) 오가노이드 기술로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장기와 가장 비슷한 수준의 모사체를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처음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줄기세포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가노이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장 오가노이드 분야 세계 최고
국내 장 오가노이드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이다.
지난 달 생명연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손미영 박사팀은 세계 처음으로 장 오가노이드에서 장 줄기세포를 농축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재생치료제 개발 및 다른 신약 개발 기초연구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높다.
기존 장 오가노이드는 대량 균질 배양이나, 동결보관을 통한 장기 보관이 어려웠다. 또 장 오가노이드는 내부가 비어 있는 내강(內腔)을 중심으로 상피 세포와 세포 외 기질이 둘러싸고 있는 둥근 공 형태인데, 이 내강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다양한 응용 연구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인간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3차원 장 오가노이드에서 고순도의 인간 장 줄기세포 집합체를 대량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이 줄기세포 집합체는 쥐에서 손상된 장 상피 세포 조직을 재생시켜 치료제로서의 이용 가능성을 높였고, 내강 접근도 용이해 다양한 질환 모델 제작과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손미영 박사 연구팀은 장 오가노이드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장 오가노이드를 실제 성인의 장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키워내는 '성숙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에 개발된 장 오가노이드의 경우 미성숙한 태아의 장 수준이었다면, 생명연이 만들어낸 장 오가노이드는 성인의 실제 장기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이들의 연구는 논문에서만 머물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 새로운 치료제로 탄생하고 있다. 손 박사 연구팀의 장 오가노이드 특허기술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로 이전, 장 재생치료제로 개발돼 인체 투여를 시작했다. 지난해 생명연이 장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해 발굴한 유산균은 KGC인삼공사로 기술이전, 유아의 장 발달 촉진과 염증성 장질환 보호를 위한 건강기능식품으로 재탄생했다.
손 박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량, 장기배양이 가능한 인간 정상 장 줄기세포 모델을 이용해 다양한 기초 연구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며 "이미 확보한 다양한 장 오가노이드 배양기술과 접목하여 기초연구 수준을 넘어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더욱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술 상용화 경쟁 불 붙었다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오가노이드 기술 개발에 뛰어들며 오가노이드 상용화 경쟁에 불이 붙었다.
국내 첫 오가노이드 기반 기업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지난해부터 장 재상치료제 '아톰(ATROM)-C'에 대한 인체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가 인체에 투여된 첫 사례다. 이제까지 베체트 장염 환자 2명에 아톰-C 투여가 이루어졌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이와 함께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 '오디세이'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출시한 플랫폼 '오가노(organo)EZ'는 연구자가 편리하게 오가노이드를 배양할 수 있도록 돕는 올인원 솔루션이다.
티앤알바이오팹은 간, 심장, 피부 등의 오가노이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간 오가노이드를 혈관 조직까지 구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의과대(UCSD) 연구팀과 뇌 오가노이드 공동개발을 시작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창업주인 강경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처음으로 인체 피부와 완벽하게 동일한 형태의 피부 오가노이드를 구현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이 기술을 활용해 탈모 또는 발모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물스크리닝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환자 개인의 모발을 채취해 심는 기존 이식술을 대체하는 이식 기반 탈모치료제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넥셀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및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유래한 심근·간·신경 세포를 개발한다. hiPSC를 다양한 체세포로 분화시켜 제품화하고, 이를 활용한 신약 독성 및 유효성 스크리닝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또 넥셀은 동물 대체실험 독성평가가 가능한 '넥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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