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와 운용업계가 디딤펀드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아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협회와 운용 업계가 상품 출시 3주 만에 출범식을 연 것도 디딤펀드에 대한 차별성과 실효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투협은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디딤펀드를 출시한 25개 자산운용사와 함께 '디딤펀드 출범식'을 개최했다. 디딤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는 연기금형 자산배분형 펀드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디딤펀드는 은행 예·적금에 쏠린 퇴직연금자산을 펀드 시장으로 가져와 실질적 노후 준비를 돕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지난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가입자 중 약 87%는 '초저위험' 상품인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해, 1년간 수익률이 평균 3.47%에 그쳤다. 이에 따라 금투협은 운용사 대표들과 함께 출범식을 갖고 디딤펀드를 널리 보급하며 책임 운용 및 수익률 제고 의지를 다졌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연금투자 근간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소외됐던 자산배분형 밸런스드펀드(BF)를 그 중심으로 가져오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로 디딤펀드가 출시됐다"며 "협회는 출시에 역할을 마치는 게 아니라 디딤펀드가 시장에 안착하게끔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호주의 디폴트옵션인 마이슈퍼(Mysuper)는 기금별 운용상품을 단일화해 가입자 선택편이성, 상품의 비교가능성, 운용사 관리효율성 등을 증대시키며 대표상품 형태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각 운용사별 단수의 대표 자산배분형 BF를 디딤펀드로 제시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디딤펀드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업계 움직임과는 달리 시장에서는 디딤펀드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은 편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은행의 퇴직연금 상품보다 높은 목표수익률과 자산배분전략을 내세우며 상품을 소개하고 있으나 아직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 다양한 상품이 있지만,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며 "기존의 안정적인 채권 혼합형 상품이나 ETF 상품들이 이미 존재해, 디딤펀드가 특별한 매력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운용사별로 뭔가 특징을 줄 수 있을 만한 요소들도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디딤펀드가 기존 펀드와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최근 흐름에 맞지 않다', '소구점이 부족하다' 등이 어쩌면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디딤펀드는 퇴직연금의 근간이 되는 밸런스드펀드이기 때문"이라며 "디딤펀드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디딤펀드가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디폴트옵션으로 승인받으면 은행 창구로부터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적격 상품이 타깃데이트펀드(TDF)로 구성돼 있고 BF유형은 적은 상황이다.
디딤펀드는 업계의 공동브랜드이지만 각 운용사들이 '차별화'된 상품으로 수익률을 내느냐에 따라 향후 업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업계 다른 관계자는 "운용사와 협회 모두 이 상품들이 잘되기를 바라며 지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추가적인 매력 요소가 부족해 자금 유입이 미미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수익률이 뒷받침된다면 나아질 수 있지만 현재 공모펀드의 인기도 떨어져 있어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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