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비축 비용이 늘어나면서 정부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쌀 생산이 수요를 넘어서면 양곡관리법에 의해 초과 물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쌀 소비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도 쌀생산량에는 변동이 없어 비축량·비축비용만 늘어나고 있어서다.
유통업계도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나섰지만 쌀 소비를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일각에선 쌀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는 쌀 20만톤(t)을 격리하겠다는 방침 외에 아직까지 큰 움직임은 없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매 손실을 포함한 쌀 비축비용은 1조7700억원으로, 2022년(1조1802억원)보다 50% 가량 늘었다. 이는 공공비축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고치다.
올해 8월 말 정부가 비축한 쌀 재고 물량은 115만6000t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가 권고한 한국 비축 물량(80만 t)의 1.4배가 넘는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에 쌀 재고 물량이 많다 보니 이에 따른 관리 비용 등이 많이 들어 일반회계 전입금이 불어난 것 같다"면서도 "다만 식량 안보나 쌀값 안정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쌀을 사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쌀의 비축량과 비축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쌀 값 안정을 위해 쌀을 추가적으로 사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15일 쌀 생산이 소비량보다 12만8000t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이보다 많은 20만t을 시장격리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10만5000t)의 거의 2배 되는 수치다. 시장격리란 정부가 쌀을 사들여 시중에 유통되지 못하도록 창고에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유통업계 쌀 소비 촉진 위해 쌀 활용한 다양한 상품 선보여
이같은 상황에 유통업계가 팔을 걷어붙였다. 남아도는 쌀을 활용한 음료, 가공식품, 간식 등을 선보이고 있는 것.
쌀 소비 촉진을 늘리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푸드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서울 성수동에 있는 유명 카페 8곳과 협업한 행사 '카페 라이스 베이스드'를 열었다. 협업 카페들은 신세계푸드의 식물성 음료인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를 활용해 라이스 라떼·라이스크림·라이스 빙수·라이스 푸딩·라이스 칵테일·라이스 콘파냐 등 메뉴들을 개발했다.
라이스 베이스드는 국산 가루쌀, 현미유 등 100% 식물성 원료를 넣은 게 특징이다.
오리온은 최근 100% 국산 쌀로 만든 '뉴룽지'를 선보였다. 일반적인 스낵과 다르게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웠으며 100% 국산 쌀을 사용해 가볍고 바삭한 식감과 달콤 고소한 맛이 조화를 이룬 쌀과자다.
SPC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이 최근 선보인 '라이스 글레이즈드'는 쌀가루를 넣은 반죽으로 만들어 담백한게 특징인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자사 브랜드 '햇반'을 활용한 '얼티브 프로틴 쌀밥맛'을 선보였다.
하림, 오뚜기, CJ 등이 선보이는 즉석밥 시장도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쌀 자체의 생산량을 과감하게 줄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쌀을 비축하고 사들이고, 유통업계가 아무리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고 해도 근본적인 쌀 생산 자체가 줄지 않으면 이같은 악순환은 지속될 거라는 우려에서다.
업계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지금 일정 부분의 쌀을 사들이는 건 올바른 선택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쌀 자체의 생산이 과잉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쌀 생산 자체를 줄이기 위해 다른 농작물로의 변경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11월 중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술, 가공식품 등에 쌀을 적극 활용해 소비 저변을 넓히고 한국 쌀을 해외진출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쌀 생산 조절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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