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제 금 선물 가격, 온스당 2893달러…3일 연속 사상 최고가
국내 금 가격은 1돈에 55만4000원…13개월 새 22만8000원 올라
트럼프 發 '관세전쟁'·'중동위기감'에 안전자산 수요 급증한 영향
금 수요가 치솟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촉발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에 더해, 트럼프의 강경한 대(對)중동 외교 전략이 중동 지역의 긴장감을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올렸다. 금 가격은 3일 연속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온스당 3000달러를 목전에 뒀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 금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3일 연속 경신했다. 작년 초 1트로이온스(31.1g, 약 8.1돈)당 2073.4달러(약 3001만원)였던 금 선물은 13개월 만에 2893달러(약 4190만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한 돈(3.75g)에 32만6000원이었던 국내 금 시세도 55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금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갈등에 힘입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할 때 가격이 상승한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캐나다·멕시코 수입품에 25%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물품에도 10%포인트(p)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미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의회 동의 없이도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
다음날인 3일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고, 국경 검문 강화와 마약 단속을 조건으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조치는 유예됐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산 물품에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맞불'을 놓았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빠르게 고조하고 있다.
트럼프는 4일 중국과의 "(이번에 부과한) 대(對)중국 관세는 첫 발포(opening salvo)에 불과했다"라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국에 대한 관세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린 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중국의 대응 조치는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압박과 위협은 중국에 통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시정하고, 평등한 협상을 통해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대응했다.
트럼프는 오는 7일에는 파나마 운하 운영 문제를 놓고 파나마와의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고, 이른 시일 내에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트럼프의 강경한 대(對)중동 외교도 금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으로 잦아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트럼프는 지난 4일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한하고,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나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이란은 매우 위험한 국가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으며 미국은 다른 나라에 대한 이란산 원유 판매를 차단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는 같은 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최근 휴전에 돌입한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Take over)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에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가자지구를 소유하고, 지역 내의 모든 위험한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해 경제 발전을 일으키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에 힘입어 금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더불어 통화 및 재정 정책의 구조적 전환이 금에 대한 전망을 높일 것"이라며 "연중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은 금값을 계속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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