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련의 지분구조 개선 작업이 여전한 가운데, 계열사 매각과 합병 등 새로운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행보를 '후계구도 완성'이란 큰 그림에 연결 짓지만, 최근 경기 상황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선택과 집중'과 맞아 떨어진다.
이 부회장의 '뉴삼성'은 전자와 금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핵심인 삼성전자마저 지난해 '위기경영'을 선언한 만큼 속도와 끊임 없는 진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주도력을 이어가기 위해 기존 상식을 파괴하는 변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b]◆끊임없는 매각·인수설에 선택과 집중 기대[/b]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계열사를 줄여나가면서 변화를 모색해 왔고, 최근엔 제일기획 매각설이 회자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시를 통한 내용이 전부고, 이 이상 알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제일기획은 최근 조회공시에서 "주요 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론 제일기획 매각에 대해 수긍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아 이를 해석하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일부에서는 그룹 지분구조상 계열사 매각이나 합작법인이 선제적 위기 대응 차원에서 최선이기 때문에 계열사 매각설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삼성은 방산·화학 계열을 국내기업에 매각했다. 이는 전자·금융과 바이오라는 3대 축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돼 왔다.
같은 맥락으로 이 부회장의 해외시장 잰걸음도 눈에 띈다. 최근 일부 언론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샤프 인수가 어렵다는 얘기가 새나왔다. 삼성전자가 샤프 측에 여러 차례 사카이 공장 인수를 제의했지만, 샤프 이사회에서 우선협상자인 대만 홍하이(폭스콘)와 정부계 민관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JC) 중 한 곳이 인수자로 최종 선택될 것이라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일본 언론에서는 샤프의 인수자로 삼성전자가 떠오르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b]◆풀어야할 숙제 여전…시너지 강화 핵심[/b]
지난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프가 삼성전자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며 "현재는 폭스콘이 우세하지만, 삼성전자가 변수"라고 전망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현지 금융사 대표와 만나 "일본 정부가 우리의 진심을 오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삼성전자는 샤프에 수차례 사카이 공장 인수를 제의하기도 했다. 사카이 공장은 샤프와 폭스콘이 공동 경영하고 있고, 양사는 공장을 운영하는 사카이 디스플레이 프로덕트(SDP) 주식을 각각 38%씩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사카이 공장은 60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고, 삼성전자는 이곳 부품을 구입해 TV를 만들고 있다. 바꿔 말하면 삼성전자가 사카이 공장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회사는 적어도 수천에서 수조원의 투자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와 관련, 샤프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최종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최종 결정이 불발되면 오는 25일 임시 이사회가 열린다. 우선협상권자인 폭스콘과의 협상은 오는 29일까지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불황에 따른 기업의 변화 모색은 때로는 당연한 일"이라며 "이 부회장이 그린 큰 그림이 어떻게 완성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이 부회장의 주도로 계열사 사옥을 재편 중이다. 서초 사옥에는 삼성생명과 증권 등 금융계열사가 입주하고, 전자와 물산은 서울 서초사옥에서 각각 수원과 판교 알파돔시티로 이동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구개발과 디자인 인력 5000여명을 서초구 우면동 R&D 캠퍼스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주력 계열사를 한데 묶어 사업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의 '뉴삼성'은 앞으로 일부 출자구조 해소와 지주사 전환, 그리고 오너십 강화란 숙제가 여전히 남았다. 이 부회장의 '뉴삼성'이 이러한 숙제를 떠안고 어떻게 진화할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