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이들 기업은 현재 주파수 경매와 CJ헬로비전 피인수 건을 두고 합종연횡을 보이는 형국이다.
[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저마다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의 경쟁력 제고와 지속 성장을 두고 또 다시 이통3사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에 당장 시급한 문제는 주파수 할당과 CJ헬로비전의 피인수 건이다.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주파수 할당에선 황금주파수 대역으로 떠오를 2.1㎓ 대역 20㎒ 선점을 두고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황금주파수 불만 여전…SKT·KT "부담 가중"
2.1㎓ 대역의 블록은 SK텔레콤이 기간 만료에 따라 내놨지만, 인접 대역에 KT와 LG유플러스가 자리하고, 경매에서 낙찰을 받은 이통사가 인접 대역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가치는 치솟을 전망이다. 이 블록을 제외하고, 2.1㎓ 대역 내 SK텔레콤과 KT가 사용 중인 주파수는 재할당되고 가격도 경매 이후 재산정된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를 두고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이 대역 이외의 대역인 2.6㎓ 주파수 경매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수 싸움에서는 전략적으로 가장 유리하다며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경매가가 높아질수록 SK텔레콤과 KT에게는 불리한 구조라는 주장이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파수 경매 기본계획을 밝히며 마련한 토론회에서도 각 이통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임형도 SK텔레콤 상무는 "SK텔레콤이 가입자가 가장 많은 만큼 트래픽도 많이 수용해야 하는데, 있던 주파수마저 경매에 내놓은 상황"이라며 "LG유플러스에 대한 특혜의 대물림이 이어질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사업자별 유·불리를 따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작은 사업자가 공격받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밝혔다.
◆KT·LG유플러스 "SKT, CJ헬로비전 합병은 모순"
이와 함께 CJ헬로비전의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두고 KT와 LG유플러스는 형평성 문제를 따지며, 100% 지분을 보유한 SK텔레콤의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케이블TV 기업과의 합병으로 보이지만, SK텔레콤이 결합 상품을 내놓기 시작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기존 고객을 고스란히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3인 가족이 모두 통신사가 다르다고 해도 SK텔레콤이 자회사들과 통신과 인터넷, 방송 등의 결합상품을 선보이면서 가격을 낮춘다면 KT와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기존 통신가입자부터 IPTV 고객까지 모두 빼앗기게 된다"며 "1위 기업 간의 합병은 분명히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 여부는 현재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CJ헬로비전 주주인 KT 직원이 지난 7일 CJ헬로비전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한 CJ헬로비전-SK브로드밴드 합병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LG유플러스도 유사한 내용으로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이 제기했거나 제기할 무효의 사유는 합병 비율의 불공정한 산정과 방송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간 합병 승인은 미래창조과학부가 하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이통사 주파수 경매에서 2.1Ghz 대역이 황금 주파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통3사의 치열한 각축을 예고하고 있다. /미래부
이와 관련, 지난 8일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 펀드 조성 계획을 내놨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공허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는 향후 1년간 32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양사는 공동자료를 통해 "이미 진행돼온 것이며, 재투자와 외부 투자 유치를 제외한 실질 투자 금액은 1500억원 선"이라며 "명분만 있는 펀드 구성과 효율성에 구체적인 내용이 빠졌다"고 일갈했다.
이들 기업은 또 "인수합병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콘텐츠 유통시장을 독점해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