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오세성 기자] 전기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민간발전사들의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전기가 남아돌면서 민간 발전사들의 가동률이 줄고,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를 원료로 하는 국내 대표 민간발전사들의 최근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4일 GS그룹의 발전사업 계열사인 GS EPS에 대해 기존 AA에서 AA-로 조정했다. 전력수급 안정화에 따른 발전기 이용률 저하와 전력량요금 마진 축소가 이유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같은 등급으로 하향 조정하며 영업이익 대비 차입금이 높다고 배경을 밝혔다.
◆전력 여유 늘자 민간발전사 수익성↓
앞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포스코에너지에 대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올해 SK E&S에 대해 각각 'BBB+'에서 'BBB', 그리고 'Baa1'에서 'Baa2'로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한 것은 전력공급이 늘면서 발전사업 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정전대란 이후 정부가 대규모 발전소를 증설한 것도 이들 회사의 수익성 하락과 직결됐다.
실제 한국에너지공단 전력수급에 따르면 올 3월 비교적 전기 소모량이 많은 9시 전후 출근시간대 전력공급예비율은 17%대로, 지난해 3월 같은 시간대 13% 후반, 그리고 2014년 3월 출근시간대 전력공급예비율인 10% 초반대보다 높았다.
또, 같은 기간 전력 공급능력은 2014년 7000만㎾ 초반대에서 2015년 8500만㎾대로 늘다가 올해는 8000만㎾ 전후로 다시 줄어든 가운데, 공급예비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급 예비율은 공급예비력을 최대수요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것으로, 전력계통이 얼마나 여유를 갖고 있는지 나타내는 척도의 하나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발전단가가 저렴한 발전소를 가동한 후 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충당하는 우리나라 사업 구조상 전기가 남아돌게 되면 민간발전사들의 사업성은 팍팍할 수밖에 없다.
이들 주요 민간발전사들의 사업구조는 발전사업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시장 점유율은 1~4%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유가하락과 환율 등의 이유로 전기생산 단가가 하락할수록 사업에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간발전사 실적 '반토막'에 전망도 어두워
최근 3년 사이 포스코에너지는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매출액은 약 2조9012억원에서 이듬해 2조6000억원으로 3000억원 가량 줄었고, 지난해 3분기까지는 1조4660억원을 달성했지만, 전년 동기 1조9000억원 대비 4000억원이 넘는 차이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2013년 2266억원에서 2014년 1186억원, 2015년 3분기까지 1205억원으로 하락세다. 포스코에너지의 발전시설용량은 국내 전체 발전설비 중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 중 약 1.57%를 차지하는 GS EPS도 2013년 연결기준 매출액 1조2309억원에서 2014년 1조2090억원으로 주춤했다. 지난해 3분기는 4527억원으로, 전년 동기 9441억원 대비 5000억원 가량이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3년 1093억원에서 2014년 478억원으로 반토막이 난 가운데, 지난해 3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170억원 가량 줄어든 265억원으로 곤두박질 중이다.
국내 전체 발전설비의 약 1%를 차지하는 SK E&S도 2013년 연결 매출액 5조7033억원에서 이듬해 5조6385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3조4206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4조144억원보다 6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000억원 가량 감소한 2724억원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상황은 이렇지만, 민간발전사들이 한전에 판매하는 전력시장가격(원/㎾h)은 한전 계열사에 비해 여전히 몇 십원 가량 높아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력시장가격을 나타내는 계통한계가격(SMP·System Marginal Price)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민간발전사들에겐 부정적이다"며 "한전이 민간 발전사들로부터 구입하는 전력시장가격이 낮아져야 이들의 수익성이 개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하는 쉽지 않고, 이보다 일부 요금체계 개편 정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가 향후 SMP 지원 등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