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 형사 처벌 전력이 반대 이유로 떠오르는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 등의 시너지가 부딪히는 양상이다.
[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b]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과거 형사 처벌 전력을 이유로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복귀를 반대하고 있지만, 과거 재계 총수들의 '그림자 경영'이 회자된 바 있어 의견은 분분할 전망이다. 최 회장의 복귀가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회피하려는 행보와는 다른 모양새기 때문이다. [/b]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두고 일부 주주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며 날선 대립을 예고했다. 그룹은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이를 골자로 한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지만, 국민연금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최 회장의 복귀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최 회장(23.40%)에 이어 8.40%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고, 'ISS'도 외국인 주주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그룹으로써는 적잖은 부담이 될 여지가 있다.
[b]◆객관적인 잣대 두고 엇갈린 시선[/b]
국민연금과 'ISS'가 최 회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이유는 과거 형사 처벌이 크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7개월간 수감됐고, 이후 2013년 횡령 혐의로 구속돼 이듬해 징역 4년을 확정 받은 바 있다. 이후 최 회장은 모든 계열사에서 물러났지만,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받았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사내이사 결격사유가 있거나,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들의 권익 침해 이력에 따라 반대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ISS'를 비롯해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최 회장 등기이사 선임 반대를 주주들에게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가 지분구조상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막지는 못할 전망이다. 최대주주인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그리고 계열사와 외국 투자자 등의 우호 세력 지분율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1인 지배구조에서는 재벌 총수가 등기이사가 되든, 안 되든 크게 차이는 없다"며 "등기이사가 안 되더라도 총수로써 조직 의사 결정과 지배력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권 팀장은 이어 "국민연금이 과거 삼성물산 합병 사례에서는 대다수가 반대할 때 손을 들어줬다"며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잣대와 내부 가이드라인이 객관적인지도 의문스럽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 회장이 등기이사가 되면 주요 공시 등 회사 경영이 투명해지는 측면도 있지만, 이번 복귀가 기업 이미지 하락에 따른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b]◆재계 총수 과거 '그림자 경영'도 찬반논쟁 불씨[/b]
한편으론 재계 총수들의 과거 '그림자 경영' 지적 사례는 최 회장 복귀 찬반논쟁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대목으로 떠오른다. 실제 몇 해 전만 해도 주요 대기업 총수의 이사 등재가 전무하다는 지적은 있었고, 권한행사에 따른 책임추궁이 어려운 지배구조라는 뒷말도 나왔다. 바꿔 말하면 책임경영을 하려면 이사 등재가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 당시 최 회장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번 등기이사 선임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풀이된다. 최 회장의 이번 복귀는 당장 그룹의 신약개발 등 바이오·제약 사업에 힘을 실을 수도 있다.
재계 일각에서도 최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두고 책임경영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흔들리는 책임경영의 중심을 다시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며 "이는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각계각층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최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는 측면으로 이해해 달라"며 "주주총회가 열리면 주주들이 결정할 문제로, 결정에 따라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