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한숨을 돌린 현대그룹이 여세를 몰아 현대상선 구조조정에 집중할 전망이다.
현대상선의 계열사인 현대증권을 매각하면서 경영정상화에 온 힘을 집중해야 할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채권단과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성실히 이행하는 게 최선의 자구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자 지원은 조건을 충분히 충족시킨 다음에 뒤따를 일이기 때문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자율협약 조건은 용선료 인하와 공모사채 해결, 자산매각, 증권 매각 등 크게 네 가지다.
현대그룹은 이 가운데 현대아산 담보 대출과 증권 보유주식 매각으로 7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고, 현정은 회장은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또 벌크전용선사업부 매각과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매각 등의 자산도 지난달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의 다음 자구책은 자연스레 남은 용선료 인하 협상과 신용채권, 담보채권 등의 채무 재조정이 된다. 현재 용선료 인하 협상은 진행 중이고, 2차 사채권자집회 개최는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한 차례 감자를 결정한 현대상선이 성공적인 구조조정 이후 출자전환 조건으로 대주주 차등감자를 받아들일 경우, 경영권은 흔들릴 가능성은 크다.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까지 기업 회생에 힘을 쏟은 현 회장이지만, 기존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으로 이어지는 지분구조는 맥이 끊길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한편, 현대증권 최종인수 절차는 이르면 이달 중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B금융지주와 현대그룹이 기업 실사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까지 당초 예정보다 한 달 앞당기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조정 한도를 줄이면 협상 기간은 그만큼 줄일 수 있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도 빠른 매각은 원활한 현금 유동성이 뒤따라 나쁠 리 없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과 기타 지분을 포함한 22.56%를 매각했고, KB금융지주는 1조원이 넘는 인수가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