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4·13 총선을 한 주 남겨놓고 부동표가 여전히 30%를 웃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일까.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기 위해 쏟아지는 각 정당의 공약에 눈과 귀가 여느 때보다 열려있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국민 개개인이 거주하는 지역과 고향의 4년간 발전을 불러올 참된 일꾼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다고 생각하면 허투루 아무나 찍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시선으로 보자니 6일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공약에 눈길이 쏠린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이날 삼성 미래차 사업을 광주에 유치해 5년간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국회 당 대표실에서 특별 기자회견까지 열며 광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삼성 미래차 산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내용을 뜯어보면 우선 삼성전자 상무 출신 양향자 후보의 공약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 보조금 확대와 민간투자 유치를 위한 세제지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작은 정당이 할 수 없고, 양 후보 혼자 힘으론 어렵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돕겠다는 게 김 대표의 의지다. 양 후보는 삼성전자와 사전에 협의를 했다고 한다. 김 대표의 말대로라면 이미 삼성전자의 미래차 사업의 광주 유치는 정해진 셈이다.
같은 날 시간차를 두고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에 대해 이제야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고, 구체적인 추진 방안과 투자계획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각 정당의 공약사항에 개별 기업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삼성전자의 생각이다.
이날 오간 몇 마디 말에 정재계와 유권자들은 당연히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확정되지 않은 얘기가 유권자들의 진심어린 표심을 흔들어놓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일련의 과정을 역순으로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자. 정당의 입장에서 기업을 충분히 설득하고 이에 대한 과정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에 가능성 여부를 국민에게 알렸다면 모양새는 보다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게 했다간 시간에 쫓겨 아무것도 못한다는 얘기가 뒤따른다면 이 얘기에선 총선의 주인공인 국민은 빠지게 된다. 유권자가 모르는 얘기가 유권자도 모르는 사이 오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고 믿음이 가는 공약을 공표해야 함은 총선을 떠나 사람을 설득하는 기본적인 기술이다. 설득하겠다고 한 쪽 생각만 늘어놓아선 안 된다. 상대방에게 질문을 유도하고 궁금하게 만들어야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
궁금한 이야기를 꺼내놨다는 맥락에선 성공적일 수 있겠지만, 왜 미래 자동차 사업이 광주에 필요한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왜 옳은 것인지 질문을 던지게끔 만들어야 한다.
5년간 2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청사진은 좋지만, 어느 한 쪽이라도 부담을 갖게 만든다면 이는 이미 반쪽짜리 공수표가 될 공산도 크다.
광주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임기 중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목표와 대책을 주민에게 제시하고, 노동부에서 추진성과를 확인, 공표하는 일자리목표 공시제 세부 추진안을 마련했다.
시는 올해만 예산 460억5000만원을 투입하면서 정부부문 6179개, 민간부문 1만120개 등 총 1만6299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했다. 이러한 목표 공시제가 사업 계획을 충분히 세워서 실행에 옮겨야 하는 기업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독촉하지는 않을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