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팀장은 과장인데 팀원이 전무이사?'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직급을 파괴하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평가방식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이들 두 기업이 직급 파괴와 업무평가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은 현재와 같은 직급 구조를 파괴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일하는 방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사팀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내달까지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로드맵에는 직급과 성과평가체계의 변화가 큰 폭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직급별 사내 의견수렴을 마쳤고 최종안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기업체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5단계의 직급 체계를 파괴하고 과제 중심의 다양한 직함이 도입될 전망이다.
최근 '세리프TV 프로젝트'만 봐도 어느 정도의 분위기는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가구를 닮은 TV로 호평 받은 세리프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낸 과장에게 팀 리더를 맡기고, 해당 사업부의 전무까지 팀원으로 합류시켜 선후배를 포함한 팀원들이 합심해 성공적인 결과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과거 인센티브 체계도 뜯어고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기업문화를 창업초기 벤처기업처럼 근본부터 혁신하기 위해 '스타트업 컬처혁신' 선포식을 열고 수평적 문화 구축, 생산성 제고, 자발적인 몰입 강화 등 3대 전략을 밝힌 바 있다.
LG전자도 내년을 목표로 진급과 평가제도 혁신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이미 팀장 없는 날, 회의 없는 날, 안식휴가제 등을 도입했으며, 추가로 직급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5개 직급 호칭을 유지하되, 파트장과 프로젝트 리더 등이 검토되고 있는 분위기다.
평가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모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최고 등급인 S와 최저인 D등급은 상대평가하면서 대다수인 A·B·C 등급은 절대평가로 대체될 것이란 얘기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임직원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팀장없는 날' 프로그램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H&A사업본부에서는 오후 7시30분을 기준으로 업무를 종료하도록 하는 '730' 활동을 시행 중이다.
한편 전자업계는 자율출퇴근제와 각 회사에 맞는 인사제도 등을 도입하면서 조직문화에 변화를 주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달부터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또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부서에서는 주간회의도 비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정기승진을 폐지하고 인사마일리제 제도를 통해 마일리지 점수 누적에 의거한 승급을 추진하는 '마일리지형 신인사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조직활성화를 위해 최근 '소중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원에서 출발해 몇년 지나면 대리로, 과장으로 승진하는 방식으로는 혁신을 가져올 수 없다"며 "직급이라는 형식적인 틀을 깨야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가 창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