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삼성전자는 25일 중국 화웨이가 제기한 특허소송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 화웨이가 이번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와 크로스 라이선스 등 특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안승호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날 오전 삼성 수요사장단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화웨이가 24일(현지시간)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단호한 뜻을 내비쳤다.
삼성전자에서 지식재산권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 부사장은 "화웨이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 맞소송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4세대 이동통신(4G) 관련 특허를 허락 없이 사용해 휴대폰을 제조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업계 표준과 관련된 자사 특허 11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북구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화웨이는 이와 함께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도 비슷한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는 성명서를 통해 "이동통신 네트워크 표준 특허들을 공정하고 합리적이면서도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할 용의가 있다"며 "다만, 라이선스 없이 자사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에겐 합리적으로 보상을 받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윌리엄 플러머 화웨이 비국법인 대외업무 부사장은 "소송을 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지만, 특허 기술 개발에 투자한 노력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플러머 부사장은 또 "애플과 퀄컴, 에릭슨 등의 기업과는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우린 라이선스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을 선호한다"고 부연했다.
딩지안싱 화웨이 지식재산 책임자도 "화웨이는 수많은 경쟁사들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이 같은 입장을 두고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현금 배상보다 라이선스를 통한 특허 교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국내 기업과의 인수·합병 또는 분쟁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온 중국 기업이 많았다"며 "이번 사례도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1위 기업과의 협력 대신 분쟁을 통해 기술을 편취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화웨이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기준 지난해 3898건의 특허를 신청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미국 퀄컴은 2442건, 중국 ZTE 2155건, 삼성 1683건 순이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3950억위안(약 71조1000억원)과 369억위안(약 6조642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7%, 32% 증가한 수치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는 최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화웨이는 28년간 흔들리지 않고 통신이라는 성벽에 돌진했고, 과거 수 십 명밖에 안 됐던 직원이 현재 10만명을 넘었지만 여전히 같은 성벽 입구를 향해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