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지난해 12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인수합병(M&A)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몇개월째 정부의 '심사숙고'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두 회사의 M&A 발표는 통신과 방송산업의 융합 첫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7개월째 장고를 하면서 두 회사의 경영 시계는 지난해 12월에서 멈춰섰다.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책의 예측 불투명'이다. M&A에 대한 정부의 애매한 태도로 해당 업체뿐 아니라 이를 반대하는 경쟁사들까지 M&A 이슈에 매달리면서 산업 전체가 멈춰섰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은 지지부진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심사가 국내 통신방송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이 여러 논란만 거듭한 채 여전히 지지부진한 형국을 거듭하고 있다. 관계당국인 미래창조과학부조차 애가 타는 모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을 잣대로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미래부에 전달하고 미래부가 방통위와 방송법 등을 더해 결과를 발표하는 수순이 공정위의 심사 지연으로 병목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관계 당국 수장들의 말조차 어긋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를 두고 산업계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공정위 vs 미래부… 관계당국 수장의 다른 입장 갈등 증폭
지난 26일 미래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M&A에 대해 입을 열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가 미뤄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의식해 "공정위 심사가 너무 지연되고 있다"며 "이를 공정위원장에게 비공식적으로 전달했지만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이어 "공정위 심사 결과가 나오면 미래부는 곧바로 심사를 시작할 준비를 마무리 했다"며 "공정위 심사는 공정위 몫이라 결과를 예단해서 정책을 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20대 국회에서 추진될 통합방송법이 적용되면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떠올리며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눈앞의 일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재고해야 한다"며 현행 방송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반면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기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인 공정위의 입장에서 한 발 나가 이번 M&A를 순리대로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같은 날 출입기자단 합동워크숍에서 "공정위가 M&A 심사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며 "자료보정 기간을 제외하면 심사기한 내에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 위원장은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전체 기업결합 심사 중 일부이고, 다양하게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일부는 최대 2년 반까지 심사가 진행된 것이 있다"며 "이번 M&A는 국내 첫 방송·통신 간 융합 사례인 만큼 충분히 검토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해 국회에서 폐기된 통합방송법의 입법이 다시 추진된다. 통합방송법은 IPTV법과 방송법을 통합한 것으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원칙을 따른다.
현재 방송법 및 시행령은 전국 위성방송사업자가 개별유선방송사업자(SO) 지분을 33% 이상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반면, IPTV 사업자의 SO 지분에 대한 소유 지분 제한은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법시행 유예기간이 1년 후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M&A 심사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관련 업계가 겪게 될 후폭풍이다.
◆관련 업계 "조속한 심사 필요하다" 한 목소리
당장 종합유선사업자(SO) 업계부터가 걱정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CJ헬로비전은 현재 모든 사업이 중단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ICT 업계에서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업계 전체적으로도 마이너스고, 간접적인 영향은 분명히 받을 것이란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위가 손발이 묶여 있으니 큰 틀에서는 모두의 손해"라며 "기업 환경이 다르다 보니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아무것도 못하다 보니 함께 위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방통위가 발표한 '2015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보고서'는 2014년 말 기준 케이블TV 가입자가 전년 대비 13만명 감소한 1461만명으로 매출액도 330억원 감소한 2조3642억원을 기록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신사와의 인수합병은 SO 업계에 건전한 자금 투여를 통한 업계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와 함께 CJ헬로비전의 경영 악화도 우려되고 이다. M&A 절차 지연에 따른 투자 감소가 CJ헬로비전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서 기업 경쟁력이 악화되는 이유로 지목된다.
CJ헬로비전 가입자도 지난해 9월 416만명에서 올해 3월 409만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고객을 위한 신규서비스 출시가 눈에 띄게 줄어 정부가 우량기업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SKT와 CJ헬로비전 M&A 심사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미디어 산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관련 업계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통신·방송 산업 구조 개편과 소비자 후생 증대를 위해서라도 조속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점차 업계로 확대될 조짐도 있다. 심사 장기화에 따른 관련 업계와 투자자, 장비·콘텐츠 업체들의 경영 차질도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직접적으로 SK의 경우 CJ헬로비전과의 M&A 이후 5년간 5조원 규모를 디지털 전환 등의 서비스망 고도화에 투자하고 1년간 3200억원의 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중소 제작사 등을 지원 하겠다고 밝혔지만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도 "이번 M&A가 투자 확대로 이어져 전년 대비 20% 매출 상승을 기대했지만, 심사지연으로 지난해 대비 반 토막 아래로 떨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장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분명한 이유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심사기간을 끌면서 국내 중소 통신장비산업의 생존활로를 차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