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김나인 기자] 이동통신 보조금 상한제 폐지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가운데 알뜰폰(MVNO) 사업자들이 향후 바뀔 통신시장을 걱정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금 상한제 개선방안을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정부의 상한제 폐지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15일 이통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원금 상한액은 현행 25만~35만원에서 50만~60만원까지 오르며 최대 단말기 출고가와 같은 수준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형 스마트폰을 '공짜폰'으로 손에 쥘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은 셈이다. 휴대폰 제조사와 유통점도 지원금이 늘어나면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환영하고 있다.
반면 이동통신사는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알뜰폰 사업자는 가장 큰 타격을 온 몸으로 막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올해 4월 현재 알뜰폰 업계는 가입자 수 62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점유율은 10%를 돌파하는 등 성장세가 돋보였다. 하지만 지원금 상한이 출고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면 버틸 수 있는 여력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당장 이동통신사업(MNO)들과의 경쟁부터가 문제다. MVNO 업계는 자금력에서부터 뒤처지기 때문에 보조금성 마케팅은 어렵게 될 뿐더러 중저가폰도 MNO 지원금이 오를수록 설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동통신사 보조금 확대 불 보듯 뻔해
MVNO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당장 유인책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MNO가 보조금을 확대하는 일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MVNO가 단말기를 아무리 싸게 판매해도 MNO가 보조금을 높여 매달 내는 사용요금이 같아진다면 굳이 알뜰폰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MVNO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고가가 100만원인 단말기를 판매할 때 이동통신사들은 70만~80만원까지도 보조금을 내놓을 여력이 되지만 알뜰폰 업체들은 대부분 적자이기 때문에 단말기 보조금을 늘릴 여력이 안 된다"며 "한 마디로 경쟁이 되지 않는 구조"라고 밝혔다.
또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신 단말기 보조금이 많아지면 알뜰폰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동통신 3사가 최신 단말기를 '0원폰'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MVNO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벌써부터 고객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울상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가 5:3:2 구조를 뒤집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게 뻔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알뜰폰이 이들 기업과 경쟁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탄했다.
◆이통사 판매량 늘지만 가계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이동통신업체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수긍하는 분위기다. 같은 값이면 브랜드나 프리미엄 제품을 고르는 게 소비심리로,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프리미엄폰이 공짜폰이 돼 당연히 수요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중저가폰이 축소되고 알뜰폰 업계의 취급 상품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통사들이 단통법 이후 매출이 줄어든 대신 영업이익은 늘어났는데, 지원금이 상향되면 영업이익은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결국 마케팅비 지출 규모가 있는 제조사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이통사로서는 부담"이라며 "단말기 가격은 떨어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통신요금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통사들은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고가의 지원금과 요금을 결합할 확률이 커 결과적으로는 가계통신비 상승이 뒤따를 것이다"며 "현재로선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이통사에게 반드시 유리하다고 단정 짓지 못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