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에 대해 불허를 결정한 가운데 관련 업계가 앞으로 불어 닥칠 후폭풍에 마음을 졸이게 됐다.
공정위는 양사의 합병법인이 방송권역별로 23곳 중 21곳에서 시장점유율 1위가 되는 등 시장 지배적인 지위 형성을 판단했고, 합병과 주식매매 체결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송·통신업계는 기준을 권역별 시장점유율로 뒀다는 점부터 아쉽다는 반응이다.
6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의 이번 불허 결정은 ▲권역별 경쟁제한성 기준에 따른 향후 케이블 업계 M&A 원천 불가 ▲중국 등 외국자본 투입으로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 장악 ▲조선·해운업계와 같이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친 관련 업계의 미래 먹거리 상실 등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b]◆SO업계, 'SOS 외면한 처사'[/b]
SO업계는 무엇보다 출구를 찾지 못한 케이블 업계의 퇴보를 가장 걱정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TV(IPTV)랑 케이블TV는 똑같이 합산규제를 받고 있는데, 공정위가 갑자기 권역별 점유율을 들이댔다"며 "과연 누가 케이블TV를 인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다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따라서 공정위 결정은 생뚱맞을 수밖에 없고 결국 케이블TV는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고사하게 될 것이다"며 "결국 KT가 웃게 된 셈이 된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SO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 산업 자체를 그냥 어떻게 할 수도 없게 만든 결정이다"며 "국내외 경쟁 환경 속에서 앞으로 얼마나 버틸지 마음만 타들어 가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지적은 앞서 피인수·합병 대상인 CJ헬로비전에서도 나온 바 있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가입자 수는 약 718만명이지만, KT의 가입자 수는 약 817만명이라며 오히려 독과점 체제가 굳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양사 합병에 대해 거대 독점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처럼 얘기를 하지만, 실은 KT에 이은 2위에 불과하다"며 "사업자간 경쟁을 통한 서비스 개선 기회가 저해될 것이다"고 말했다.
[b]◆밀려드는 해외 자본에 방송·통신 업계 고사 위기[/b]
이 밖에도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국내 방송·통신 시장이 해외의 자본과 콘텐츠에 밀려날 수 있는 직접적인 이유로 지목되기도 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국내 무대서 콘텐츠 시장을 넘보는 등 글로벌 사업자들조차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방송과 통신으로 분리되는 모양새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외시장에서도 이동통신사와 방송사업자는 글로벌시장 진출 시 콘텐츠 등 경쟁력을 배가하기 위해 다양한 M&A를 시도하고, 대부분 허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 시장만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방송·통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세계시장이 급변하고 있어 대응 능력이 필요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판이다"며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구조개편이 시급한데 첫 사례부터 막히는 것을 두 눈으로 보니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도 모자를 텐데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 업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골든타임을 놓쳐 고전 중인 조선·중공업을 빗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