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동차 전장사업 무대서 경쟁을 펼친다. LG전자가 꾸준한 투자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인수·합병(M&A)을 택했다. 사진은 차량용 디스플레이 이미지. /LG디스플레이 블로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동차 전장사업 무대에서 또 다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먼저 무대에 뛰어든 LG전자는 꾸준한 투자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지름길을 선택한 형국이다.
핵심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위세가 드높았지만, 자동차 전장사업에선 LG전자가 발 빠른 행보로 앞서가고 있다.
차량 내 통신과 IT기기의 수요가 증가하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와 보조금 등의 확대도 전장사업의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완성차 업체를 제외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장사업은 미래성장의 축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18일 LG전자에 따르면 국내외 전장사업 시장여건은 매력적이다. 인포테인먼트 제품은 통신수요 증가와 유럽 eCall(긴급 구조 요청 서비스) 법제화 영향 등으로 텔레매틱스 시장 성장이 예상되고, 스마트폰과 연계되는 환경은 디스플레이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먼저 치고 올라간 LG전자의 꾸준함이 눈에 띈다. LG전자는 최근 연구·생산기지로 불리는 '인천 캠퍼스'에 미국 GM의 전기자동차 전장 부품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LG전자는 이곳에서 GM이 올해 말 출시하는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들어갈 모터와 인버터 등 11개의 핵심 부품을 이달 말부터 공급한다.
LG전자는 그간 연구개발(R&D) 기지로 활용된 인천 캠퍼스에 부품 생산과의 시너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공시에서 올해 약 4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른 매출도 비례하고 있다. LG전자 부문별 실적에서 자동차 부품(VC)이 차지하는 비율은 적고 영업이익도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곤 있지만, 초기 사업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나쁘지 않다.
LG전자의 VC 부문 매출은 지난해 1조8324억원을 달성한 가운데 올 상반기만 1조23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8334억원 대비 비약적인 성장으로 풀이할 수 있다.
관련 업계는 GM에 부품을 본격적으로 납품하기 시작하면 올해 매출은 최대 3조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주목할 점은 LG가 그룹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와 배터리 등 미래 자동차 부품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꾸준하게 움직여 왔다는 것이다.
LG는 지난 2004년 LG CNS가 자동차 설계 전문 자회사를 만들며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9년 LG화학은 GM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했고 2013년 LG전자가 VC 사업본부를 만들면서 시너지는 점차 배가됐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LG이노텍은 카메라와 통신 모듈을, LG하우시스는 경량 소재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관계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경우 일반 디스플레이보다 생산 기술이 어렵기 때문에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고 밝혔다.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중국 난징에서 각각 생산법인과 생산라인 등을 구축하고 현지 차량용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LG는 베트남에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디스플레이를 생산 중이다.
이에 더해 LG는 자율주행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위해 GM, 폴크스바겐 등과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자동차는 IT와의 융합으로 또 다른 시장을 열었다. 삼성과 LG가 세계 무대를 어떻게 공략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차량용 HUD와 룸미러에 활용되는 투명·미러 AMOLED. /삼성디스플레이 블로그
이러한 가운데 한 발 늦게 뛰어든 삼성전자는 최근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자동차 부품 자회사 마그네티 마렐리와의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세계 30위권인 마그네티 마렐리와의 M&A를 성사시킨다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자동차 전장사업 역량은 단시간 내 키워나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자동차 전장부품사업부를 만들고 6개월 만인 지난 5월 자율주행차용 반도체팀을 가동하며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이에 따른 부품 계열사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도 자동차 전장사업을 신사업으로 보고 전열을 재정비 중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와 IT의 융합은 또 다른 큰 시장을 만들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를 포함한 IT기업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