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할을 요구한 가운데 엘리엇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하루 전인 5일 삼성전자에 서신을 통해 삼성전자와의 분할 과정에서 나온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 30조원 규모의 특수배당,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한국거래소와 나스닥 동시 상장,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 선임, 금산분리 등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우선 이러한 내용을 요청한 만큼 당장 다음 행보보단 삼성전자의 입장과 대응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주주의 제안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엘리엇의 이번 요구는 앞서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내용과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총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과 주식매수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2개월가량의 지분 다툼은 일단락 됐다. 이후 삼성도 주주친화 정책에 나서며 전열을 다시 가다듬게 됐다.
이를 감안하면 엘리엇의 이번 요구는 지난해와 달리 오너가의 백기사를 자처한 모양새다. 삼성도 지배구조 변화는 이미 검토 중인 사안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분할 등으로 발생할 현금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사올 수 있다.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도 꾀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지난해와는 다른 의견을 내놨지만, 결론적으론 이익 극대화가 종착지일 것이다"며 "이는 삼성 오너가의 지배구조 변화 명분에 힘을 싣는 만큼 삼성으로서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