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 밸리 소재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 랩스(이하 비브)'를 인수한 가운데 삼성이 내세울 AI 생태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비브의 자연어 기반 인공지능 인터페이스를 삼성의 수많은 기기와 연결한다는 데 있다. 손으로 일일이 터치하지 않고도 대화형 기능을 사용해 삼성의 모든 기기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AI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기기는 사용자가 해당기능을 단계별로 학습한 뒤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미래 AI 생태계는 사용자에게 보다 편한 세상을 안내해준다.
가령 삼성 냉장고를 이용한다면 터치스크린을 이용하지 않고, 음성만으로도 다양한 식재료를 가격까지 비교하면서 마트를 통해 주문할 수 있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재료나 기한이 지난 재료의 재활용 방법 등을 알 수 있다.
세탁기 가동시간도 말로 설정할 수 있고, 다양한 세탁 코스와 세탁 종료 시간까지 음성으로 설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부산 여행을 준비한다고 가정한다면 현지의 교통과 숙박, 날씨에 대한 정보를 따로 알아볼 필요가 없이 AI 기술을 탑재한 음성 비서에게 "부산으로 가는 교통편과 괜찮은 시내 호텔에 날씨까지 알아봐 달라"고 물어보면 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비브사 인수를 계기로 모바일을 넘어 다양한 제품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고, 외부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며 업계 간 시너지를 통해 한층 편리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인종 부사장은 "이번 비브사 인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운을 뗐다. 삼성전자는 비브의 기술력과 기술 개발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 부사장은 "비브의 생태계를 잘 접목하면 굉장히 파워풀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다"며 "외부에서 비브 임원들을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외부 인공지능 개발자를 영입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부사장은 이어 "그렇게 되면 비브의 개발자와 삼성 개발자의 협업은 AI 플랫폼의 기술적 시너지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비브는 개방형 서비스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자연어 인식 기술과 머신 러닝, 뛰어난 전략적 파트너십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비브의 플랫폼은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와 서비스를 통합하는 생태계 조성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비브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다그 키틀로스도 "차세대 개인비서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4년 전 출발했다"며 "이는 향후 수백만대 기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키틀로스는 또 "삼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스케일이 엄청나다는 걸 알게 됐고, 비전도 절묘하게 맞았다"며 이번 인수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 엄청난 패러다임이 시작됐고 삼성과의 협업은 필요하다"며 "가야할 길은 멀지만 향후 일어날 변화는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