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의 잰걸음이 전망되고 있다. 국내 4대 그룹 총수는 외부 환경 변화에 내부 대응 등을 직접 챙기며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메트로
하반기 재계 총수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초점을 맞춰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내부에서 발생한 이슈에 대해 직접 대응에 나서는가 하면, 조직과 임직원들을 다독이면서도 변화를 주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b]◆이재용 이사 등재, 정몽구 회장 컨트롤타워 역할에 쏠리는 시선[/b]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경우 갤럭시노트7 리콜부터 단종 결정까지 핵심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향후 분위기 반전을 어떻게 꾀할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당장 애플과의 특허소송부터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구글과의 경쟁구도를 신경 써야 한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전자 분할 등의 요구도 과제로 떠올랐다. 오는 27일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는 이 부회장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책임경영의 강화는 예견된 수순인 만큼 오너십 강화는 자연스레 뒤따른 전망이다.
하반기 사장단 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어떠한 그림을 만들어낼지도 초유의 관심사다. 자동차 전장사업과 바이오 제약 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는 이 부회장의 오너십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등을 두고 책임경영이 논란으로 떠오른 적이 있지만, 이번 등기이사 등재로 이러한 우려는 없어졌다"며 "대외적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의지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의 변화에 보다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근 임단협을 마무리한 현대차도 갈 길은 멀다. 세타II 엔진 결함과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과 품질경영이 이를 어떻게 돌파할 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그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로 성장을 이끌어 온 정 회장이 고급차 시장 공략과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 등 '신 글로벌 경영'을 어떻게 완성해 나갈지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로서 정 회장의 오너십이 당장 2018년까지 900만대 생산시대를 완성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4년 인수한 한국전력 부지에 들어설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그룹의 통합 신사옥이 될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의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는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의 오너십이 각국의 사업장과 계열사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어떻게 이끌지 관심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b]◆LG와 SK 총수는 세미나에서 변화 강조[/b]
구본무 LG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변화를 직접 강조하고 나섰다.
구 회장은 10월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철저한 실행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계획했던 과제들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냉철하게 짚어보고 끝까지 철저하게 실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구 회장은 이어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경쟁의 양상과 환율 등 주요 환경 변수들을 면밀히 검토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LG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스마트폰 사업을 되살려야 하는 등 과제는 산적하지만 자동차와 신에너지 사업에서 잇단 성과를 내는 등 분위기는 좋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저성장 기조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에 위축되지 말고 고객가치에 집중하며 지속 성장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끈질기게 실행해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SK도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SK그룹 CEO들은 지난 12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된 '2016 CEO 세미나'에서 관계사별로 실력을 냉정하게 따진 결과 독하게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생존과 성장을 위한 치열한 실천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그룹은 그간 최 회장이 강조해온 ▲업(業)을 선도하거나 판을 바꿀 사업모델 구축 ▲치열한 문제해결 등 실행력 제고 ▲글로벌 인재 확보 및 핵심인재 육성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기술력 확보 ▲임직원 역량을 최적화할 업무환경 도입 등을 실천 과제로 꼽았다.
사업구조와 일하는 방식 등 모든 시스템을 바꾼다는 게 그룹의 입장이자 최 회장의 의중이다.
이와 관련,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7개 위원회는 각 관계사를 위해 사업개편, 인재육성, 기업문화의 변화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 회장은 "리더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기초월성이 있어야 한다"며 "근본적 혁신의 방향성과 방법을 그려낼 설계능력을 갖춘 뒤 끈질기고 열정적이면서 자기희생적으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