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억눌려 있던 것들이 회복하는 때에는 그보다 많은 에너지가 나온다. 키코(KIKO)사태로 법정관리를 거치던 조붕구 코막중공업 대표(56·사진)가 커피사업을 시작했다. '중공업과 커피의 만남?'. 이상한 조합으로 보일 수 있지만 수출하는 나라의 대부분이 커피 맛이 좋기로도 유명한 곳이라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보늬커피'라는 이름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밤낮없이 바이어들과 소통하는 조붕구 대표를 만나봤다.
◆포크레인과 맞바꾼 '에티오피아 커피'
"금이나 다이아몬드는 없습니까?"
에티오피아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국토개발을 위해 중장비 기계가 많이 필요하다는 연락이었다. 그들은 타국보다 국내 중장비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타국보다 좀 더 튼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외환사정이 좋지 않아 당장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다는 것. 조 대표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금이나 다이아몬드는 없냐'고 물었다. 여기에 돌아온 대답은 '우리에겐 가족사업으로 하고 있는 좋은 커피원두가 있다'였다.
그렇게 조 대표는 커피사업을 하게 됐다. 중장비 한대 당 받는 커피 원두의 양은 컨테이너 1대 분량 정도. 보내준 커피원두는 테스트 과정에 성공하는 등 생각보다 평이 좋았다. 게다가 보내준 원두는 많은 유통절차를 거치지 않아 시세보다 10~20% 저렴했다.
조 대표는 "중장비 기기와 커피원두를 맞바꾸다 보니, 자연스럽게 얽히게 돼 좋은 커피원두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주에도 주문이 5~10 컨테이너 들어왔는데, 우리나라에도 커피 맛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구매량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기계와 기호품의 만남, 시너지 UP
조 대표는 최근 커피원두를 받을 수 있는 국가를 에티오피아에서 케냐, 콜롬비아 등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지 고민 중이다. 조 대표는 "커피원두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주변에서 케냐, 콜롬비아 등의 커피원두를 요청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며 "중장비 거래를 하면서 커피원두 거래도 함께 하면 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은 없다"고 했다.
실제로 조 대표가 주로 중장비 기기를 판매하는 국가는 에티오피아 외에도 콜롬비아, 케냐, 파라과이 등이 있다. 커피 생산 국가 순위를 보면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가 매년 각각 81만톤, 38만4000톤을 생산해 각각 3위, 5위를 차지하고 있고, 케냐 파라과이도 평균 3만톤 가량을 생산해 50위 안에 든다.
조 대표는 "중장비 기계와 커피는 건설기계와 기호품의 만남으로, 동적과 정적처럼 각자 극단적인 위치에 있어 함께 사업하면 안 되는 품목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이상한 조합이지만 오히려 시너지가 생겨 지금은 생각보다 잘 맞는 콜라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돼야"
조 대표가 보다 열정 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 이유로는 현재의 삶이 '재기'한 삶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08년 조대표는 키코(KIKO·외환파생상품)사태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등을 거쳐야 했다.
키코 사태는 환율의 상한과 하한을 정해놓고 실제환율이 그사이에서 이뤄지면 기업은 이득을 보고 환율이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금융상품을 중소중견기업이 가입해 2008년 환율이 급등할 당시 큰 손실을 본 사건이다. 이 때문에 당시 조 대표는 70개국에 자체 설계한 브랜드 중소기업 회사는 무너져 버렸다.
조 대표는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회복속도가 더뎠지만 올해부터는 매출실적도 오르고 실적도 회복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회복속도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대표는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라는 말을 되새기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을 추진해 나가려고 했던 것이 한 번 억눌린 경험이 있어 더욱 에너지가 세 진거 같다"며 "우선 제가 잘되면 아직 재기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선한 영향력을 내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정부가 기업가에게 재기할 기회를 많이 줘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 중소기업 재기를 위해 많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 없어, 재기할 때에는 정부도움보단 주변의 인맥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따뜻한 금융을 이용해 중소기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재기프로그램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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