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8평 남짓 매장에 불이 켜진다. 매장 청소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새 기름을 채워 오징어, 고구마 등을 튀기는 일. 서울 마포역 뒷편에서 3년째 '장공당 떡군'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진 대표는 "'음식은 하나의 진심'이란 마음으로 매일 진심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개발한 음식 차리고 싶어 '장공당 떡군'
떡볶이 체인점이 많은 길목에서 직접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박 대표는 "체인점을 하거나 음식을 전수받으면 빨리 배울 수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손님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로 개발한 음식을 맛보게 해드리고 싶어 가게를 직접 운영하게 됐다"고 했다.
박 대표는 "다양한 재료를 직접 만져보고 만들어 보니 이럴 땐 이런 소스가, 저럴 땐 저런 재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연스레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는 두려움도 없어지고 롱런(long run)할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는 힘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곳들을 함부로 평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이 볼 때는 메뉴가 쉽게 바뀐 것 같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재료손질부터 소스개발까지 밤새 고민한 흔적이 담겨있다"며 "언젠가부터 이들 모두 도자기에 흠이 가면 쇠망치를 인정사정 없이 휘두르는 장인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이런 박대표의 취미는 '떡볶이 맛집 찾기'다. 그는 "여유가 있을 때는 떡볶이를 맛보러 부산까지 간 적도 있다"며 "다양한 떡볶이를 맛보면서 요즘 바뀌는 입맛도 알게 되고, 운영노하우, 신메뉴 아이디어들도 함께 얻어온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많은 떡볶이 집을 다니면서 '장사엔 정답이 없다'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했다. 그는 "맛 집을 무수히 다니면서 정말 맛있는 집도 있었지만, 평범한 맛으로도 승부를 하는 곳도 있었다"며 "꼭 맛으로만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위치, 맛, 가성비, 분위기 등이 어우러져 가게가 운영된다. 장공당 떡군 또한 그 스펙트럼안에 있을 텐데 늘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할 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버티게 한 건 '배달앱'
아이러니 하게도 장공당 떡군은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워진 시점에 매출이 올랐다. 그는 "되레 매출이 늘어 올해 자영업자에게 주는 재난지원금은 받지 못했다"며 "3년동안 운영하면서 인지도가 쌓이고, 그것이 배달앱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를 떠올리며 "홀이 좁은 데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까지 이어지니 고객을 많이 받기도 어려웠다"며 "호텔 뒷편에 위치한 특성상 외국관광객이 떡볶이를 맛보려 자주 왔었는데, 관광객들도 끊기면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배달앱을 이용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오히려 배달을 시켜먹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배달 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표는 배달앱으로 몰리는 경쟁가게가 늘어나면서 매출액은 늘었지만 순수마진은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3년전 배달앱을 가입할 때는 분식 카테고리에 33개 가게가 있었는데, 최근에 보니 277개로 늘었다"며 "경쟁에서 버티려고 배달료를 낮추고, 이벤트 쿠폰을 지급하면서 오히려 마진은 줄어 실속은 없게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배달앱 플랫폼 회사의 경우 광고 수수료 등으로 더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 경쟁하는 가게들은 경쟁이 치열해져 제로섬게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버텨야 할 때
그럼에도 박 대표는 지금은 버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 국수집, 고기집 등 가게를 운영했는데 코로나19 시국은 참 어려운 것 같다"며 "매일 저 자신한테 '버티고 기다리면 더 좋은 시간이 올 것'이라고 다독이고 있는데, 이 말이 이 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말일 듯 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여전히 손님들이 "너무 맛있다"고 할 때 보람 있고 인정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대다수 조리하는 사람들은 손님들이 하시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울고 웃는다"며 "지금으로선 손님들의 인정과 함께 매출이 올라 생존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올해 하반기·내년 목표는 체인점 1호점을 내는 것이다. 그는 "종종 체인을 내고 싶어 연락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현재 하고 있는 가게 운영도 벅차 거절하기 일쑤였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신 메뉴와 함께 체인점 1호점을 낼 계획이다. 앞으로도 손님들께 더 많은 진심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