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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93) 허브향으로 잠자는 후각 깨우는 강동구 '허브천문공원'

26일 오후 일자산허브천문공원을 방문한 어르신들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 강동구 둔촌동 일자산 기슭에는 2만5500㎡ 규모로 조성된 '허브천문공원'이 자리해 있다. 강동구는 15억원을 투입해 길동배수지 상부에 167여종 4만1586본의 허브를 심은 공원을 만들어 지난 2006년 9월 개원했다.

 

어쩌다 '허브'와 '천문'이라는 이질적인 두 대상을 하나로 묶은 공원이 탄생하게 된 걸까? 구는 한민족 고유의 전통사상인 삼재사상에서 공간개념을 가져와 우주공간(자미원, 태미원, 천시원, 별자리, 은하수)을 공원에 나타냈고, 음양오행사상에 기초해 시설물과 수목을 뒀다고 했다.

 

26일 오후 시민들이 일자산허브천문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공원 동쪽에는 소나무·버드나무·복숭아나무를, 서쪽엔 느릅나무를, 남쪽에는 오동나무·매화나무·대추나무를, 북쪽엔 측백나무·벚나무·살구나무·자작나무를 식재해 풍수지리사상의 사신사를 표현하고자 했으며, 우주의 순환원리 중 상생원리에 맞는 수목배치를 통해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했다는 게 당시 구의 설명이다.

 

◆향기로운 허브 가득한 공원

 

지난 26일 오후 한 시민이 양산을 쓰고 일자산허브천문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26일 오후 강동구에 위치한 허브천문공원을 방문했다.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 3번 출구로 나와 2312번 버스를 타고 길동자연생태공원 정거장에서 내려 약 300m(6분 소요)를 걸었더니 '일자산 허브-천문 공원'이라는 은색 푯말이 보였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시각, 청각, 후각이 깨어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눈을 즐겁게 했고, 진한 허브향이 코를 자극했으며, '맴, 맴, 찌르르르' 매미 울음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이달 26일 오후 한 어르신이 일자산허브천문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허브천문공원에서 만난 주부 이모 씨는 "코로나가 심해서 애를 데리고 어린이집에도 키즈카페에도 갈 수 없어서 사람 없는 곳을 찾다가 이곳에 오게 됐다"면서 "애가 날이 더우면 짜증을 내서 힘들었는데 오늘은 공원에 와서 신이 났는지 투정도 안 부리고 잘 놀아서 다행이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름도 생소한 꽃들을 볼 수 있어 좋다"면서 "허브향 덕에 코로나로 둔해진 후각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6일 오후 시민들이 일자산허브천문공원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날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허브향을 맡으며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달랬다. 허브천문공원에서는 손톱만 한 보라색 꽃이 다닥다닥 붙은 블루세이지,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를 합쳐놓은 듯한 에키네시아 샤이엔스피릿, 화난 복어처럼 생긴 차이브, 방패 모양의 잎사귀를 가진 나스터티움 등 각양각색의 허브가 저마다의 향을 뽐내며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뙤약볕 피할 그늘 부족

 

지난 26일 오후 일자산허브천문공원 내 티하우스가 텅 비어 있다./ 김현정 기자

공원엔 통나무집처럼 생긴 목조건축물 티 하우스도 마련돼 있었는데 더워서인지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이곳에서는 나무가 뿜어내는 열기로 인해 찜질방에 온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도 굵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26일 오후 일자산허브천문공원에서 무름병으로 썩어가는 우단담배풀을 발견했다./ 김현정 기자

작열하는 태양 빛은 사람도, 식물도 지치게 했다. 산미나리로 불리는 회향은 불에 그을린 듯 새카맣게 탔고, 우단담배풀은 무름병으로 썩어 잎이 누렇게 변해버렸다.

 

송파구 방이동에서 온 최모 씨는 "식물이 다양하게 많고 조경을 잘 해놔서 바라만 봐도 힐링된다"며 "집 근처에도 31개월짜리 아이와 함께 갈만한 이런 공원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가 우거진 그늘이 없어 땡볕이 그대로 내리쬐는데 공원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파라솔 몇 개를 설치해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달 26일 오후 일자산허브천문공원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이날 허브천문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은 전망데크였다. 이 공간은 철제 구조물 대신 유리로 안전막을 설치해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디자인됐다. 나무데크에서 길동 쪽을 바라보면 자연이 그려낸 녹음이 푸른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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