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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99)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에 자리한 붓꽃명소 '서울창포원'

지난 1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창포원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음력 5월5일 단옷날 우리 조상들이 행하던 세시풍속 중에는 창포의 잎과 뿌리를 우려낸 물로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오월 단오 안에는 못 먹는 풀이 없을 정도로 온갖 식물이 약이 되곤 했다. 이중 방향성(좋은 향기를 내는 성질) 물질이 다량 함유된 창포의 뿌리를 약쑥과 함께 가마솥에 넣고 삶아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에 은은한 향기가 나고 두피가 건강해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 창포의 양기가 세 이 물로 머리를 씻으면 귀신을 멀리 쫓는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1일 오후 한 모녀가 서울창포원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산 안가도 단풍놀이 즐길 수 있어

 

지난 1일 붓꽃이 가득한 특수식물원 '서울창포원'을 찾았다. 서울시는 도봉구 마들로 916 일대 5만2417㎡ 부지에 서울창포원을 만들어 지난 2009년 6월 개원했다. 당초 시는 2007년부터 강북지역 녹지 확충 사업의 하나로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에 '서울식물생태원'을 조성할 예정이었으나 이곳에 붓꽃 종류 식물을 다량 식재하면서 이름을 '서울창포원'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달 1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창포원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 2번 출구로 나왔더니 '서울창포원'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입구에서 만난 주부 정모 씨는 "원래 친구들이랑 도봉산 등산을 가려 했는데 늦잠을 자서 그 앞에 있는 서울창포원에 오게 됐다"면서 "다리 아프게 산에 오르지 않고도 평지에서 단풍놀이를 즐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나 때문에 산에 못 간 게 미안해서 밥 사기로 했는데 친구들이 여기 온 것을 만족해하는 눈치"라며 "누군가 산으로 병풍을 만들어 둘러놓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오후 어르신들이 서울창포원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창포원은 위에서 보면 사다리꼴 모양으로 생겼다. 도봉산역과 맞닿은 입구에서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부들원 ▲소나무언덕 ▲습지원 ▲붓꽃원 ▲꽃창포원 ▲책 읽는 언덕 ▲원형광장 ▲억새원 ▲소나무군락 ▲수변식물원 ▲잔디마당 ▲늘푸름원 ▲쉼속쉼터가 차례로 들어섰다. 식물원에서 노원구 방향으로는 수락산이, 도봉구 쪽으로는 도봉산이 펼쳐졌다.

 

1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창포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날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부채붓꽃, 타래붓꽃, 노랑붓꽃, 각시붓꽃 등 130종 30만본의 붓꽃류가 식재된 붓꽃원이었다. 아쉽게도 개화기(5~6월)가 지나 '붓꽃'의 붓모양 꽃봉오리를 보진 못했지만 팝콘처럼 생긴 '나비바늘꽃'과 봉숭아 꽃물처럼 붉게 물든 '설탕단풍나무' 등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달 1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창포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창포원 한켠에서 두 명의 어르신이 나무 기둥을 붙잡고 격하게 흔들어대는 장면을 목격했다. 생동감 있는 가을 사진을 남기기 위해 노란 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포착하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무를 이리저리 세게 흔들던 노인은 "아이고 힘들어서 더는 못해먹겠다"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모과가 4개나 달렸는데 한 개도 안 내려오네"라고 한탄하고는 "하긴 이렇게 쉽게 떨어졌으면 벌써 누가 가져갔겠지"라는 체념의 말을 남기곤 일행과 자리를 떴다.

 

◆붓꽃 져도 웃음꽃 피는 공원

 

지난 1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창포원에서 산책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창포원에서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은 억새원이었다. 이곳에선 작별할 때 흔드는 손 모양 같은 참억새, 삽살개 털처럼 보이는 물억새, 난이랑 헷갈리게 비슷한 무늬억새 등 21종의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억새원에서 손주를 모델로 사진을 찍고 있던 이모 씨는 "애가 22개월인데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추억이 별로 없다"면서 "여기 와서 사진을 많이 남기고 갈 수 있어 기쁘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 손주와 놀이동산도 가고, 바다도 가고, 제주도도 가고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일 오후 한 어르신이 서울창포원에서 '대산문학 제28회 시화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소나무, 전나무와 같이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가 빽빽이 심어진 늘푸름원 일대에서는 '대산문학 제28회 시화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인들이 쓴 시와 함께 꽃과 나무가 새겨진 시화 현수막이 키큰 오스트리아 소나무(유럽흑송) 기둥에 걸려 펄럭였다. 노영환 시인은 '가을 나그네'란 시에서 "구절초 / 국화 향에 / 길손이 멈춰서면 // 그 시절 추억들이 꽃처럼 피어나고 // 가슴에 봇물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이 여울져"라고 노래했다. 농암가를 지은 강호가도(江湖歌道)의 대가 이현보 선생이 환생한 듯했다.

 

이달 1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창포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동네 주민들은 창포원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이 "이게 얼마 만이여, 보고 싶었어"라며 옆에 앉은 노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단풍색 벙거지 모자를 눌러 쓴 할머니가 "그러게 말이여, 참으로 반갑네"라고 화답했다.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도토리를 한 움큼 꺼내 친구의 손에 쥐여주며 "오다가 주웠어"라고 말했다. 도토리를 선물 받은 노인은 "재주도 좋네"라고 칭찬하고는 껄껄 소리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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