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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106) 미8군 골프장서 시민 휴식처로 다시 태어난 '용산가족공원'

7일 오후 한 시민이 용산가족공원에서 반려견과 산책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 용산구 용산동에는 '용산가족공원'이 자리해 있다. 서울시는 지난 1991년 반환된 미8군 골프장 땅을 공원으로 가꿔 이듬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원래 시는 이곳에 대규모 위락단지를 조성할 예정이었지만 미8군 측으로부터 야구장, 헬기장, 오수처리장 부지 등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 계획이 무산됐다. 시는 연못에 울타리를 치고 산책로를 내는 등 골프장을 간단히 손본 뒤 9만평 크기의 공원을 개원했다. 당시 산이 아닌 평지에 조성된 공원 중에서는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외세에 휘둘린 뼈 아픈 역사 새겨진 장소

 

지난 7일 오후 용산가족공원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지난 7일 오후 오랜 기간 외국군 주둔지로 사용된 '오욕의 역사'를 간직한 용산가족공원을 방문했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 2번 출구로 나와 721m(10분 소요)를 걸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나룻배를 탈 때 젓는 노처럼 얇고 기다란 나무 푯말에 새겨진 '용산가족공원'이란 문구를 볼 수 있다. 공원은 목이 긴 호리병처럼 생겼다. 주차장 앞에 있는 연못에서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제1광장, 생태습지, 제2광장, 태극기공원이 차례로 들어섰다.

 

공원 입구엔 눈이 소복이 쌓인 작은 호수가 놓였다. 과거 미군들의 골프장으로 쓰였던 장소라 그런지 워터해저드 역할을 하는 물웅덩이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었다.

 

이날 공원을 찾은 김모 씨는 "원래는 용산공원 부분 개방 부지에 가려고 했는데 월요일이라서 문을 안 연다고 해 그냥 가기 아쉬워 용산가족공원에 들렀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지난 2020년 8월 용산기지 동남쪽에 위치한 미군 장교숙소 5단지(약 5만㎡ 규모) 내 주거 16동(129세대)과 관리시설 2동을 전시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전면 개방했다. 이곳은 1986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부지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미군장교 임대주택을 지은 후 2019년까지 운영해왔던 시설이다.

 

이달 7일 오후 한 가족이 용산가족공원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김현정 기자

김 씨는 "옆에 미군기지가 있어 그런지 휴전 중인 게 실감이 난다"면서 "옛날도, 지금도 우리 땅이 온전히 우리 것이 아닌 게 참 서글프다"고 했다.

 

용산가족공원 땅은 임진왜란(1592~1598년) 때 왜군이 병참기지로 사용했고, 임오군란(1882년)에는 청나라군사가 점유했다. 갑신정변(1884년), 러일전쟁(1904년)과 1906년부터 1945년 해방 전까지는 일본인들이 군시설과 거주지로 이용했다. 6·25 전쟁 때는 주한미군사령부가 설치됐다. 이후 1959년 주한미군이 골프장을 건설해 사용해오던 부지를 1992년 서울시가 인수하면서 공원으로 되살아났다.

 

과거 이곳이 우리 민족의 수난을 상징하는 장소였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꼬마들은 해맑게 웃으며 공원의 너른 풀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세계 예술가들의 조각품 한자리에

 

이달 7일 오후 시민들이 용산가족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녹지 쉼터 곳곳에 설치된 조각품이 공원을 방문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용산가족공원엔 한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영국, 미국, 캐나다 7개 국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 9점이 전시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철과 흑기와로 제작한 '손으로 만든 손'이라는 조형물이었다. 이는 프랑스 작가 에드원드 소테의 작품인데 피아노를 치는 손을 뚝 떼다 가져다 놓은 것처럼 생겼다.

 

제2광장으로 이동하면 미국 출신의 작가 로버트 로스터마이어가 청동으로 만든 '형/변형'이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조형물은 발을 배배 꼬고 있어 꼭 뭔가 할 말이 있는데 망설이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난 7일 오후 시민들이 용산가족공원에서 운동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용산가족공원엔 유독 사람의 형태를 한 작품이 많았다. 최평곤 작가가 코르텐 스틸로 만든 '오늘'도 그중 하나다. 교도소 재소자들이 입는 구속복에 갇힌 사람을 묘사한듯했는데, 고개까지 푹 숙이고 있어 제법 처량하게 느껴졌다.

 

용산구에 사는 박모 씨는 "조각도 멋지지만 공원에서 지하철 열차가 지나다니는 쪽을 바라보면 재건축된 아파트와 재개발을 기다리는 아파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며 "좀 더 가다 보면 화룡점정 격으로 교회가 떡하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도시가 빚은 현대미술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동네가 공원과 박물관이 있어 참 좋은데 미군 하수처리장이 아직도 있는 게 약간 께름칙하다"며 "땅은 언제 다 돌려받아 정화할 건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시는 올해 상반기 중 용산정비창 활용 방안 등을 담은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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