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보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 역시 크게 오르면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물가 6% 넘보나
20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오며 우려를 산 바 있다. 지난 4월 기준 4.8%를 보이다 끝내 5%대를 넘어섰다.
가공식품과 외식물가의 상승폭도 심상치 않다.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3분기 2.2%에서 올 1분기 5.3%까지 상승했다. 외식물가는 올 1분기 6.1%에서 5월 들어 7.4%까지 올라섰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반영되는 수입물가도 최고치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2022년 5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53.74(2015=100)로 전월(148.38)보다 3.6% 올랐다. 지난 4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수입물가지수는 올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 달 사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3% 뛰었다.
시장에서는 연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곡물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를 상회(5.4%)한 데 이어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제유가와 국제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측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물가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美 연준 '자이언트 스텝'…한은도 '빅 스텝' 나서나
치솟는 물가상승세에 중앙은행의 역할도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일명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다. 최근 연준은 인플레이션 추가 상방 압력이 보이자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 스텝'에 나섰다. 하지만 '자이언트 스텝'까지 나선 것은 무려 28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상승률은 전년 동기보다 8.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휘발유 가격과 식품 가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휘발유 가격과 식품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7%, 10.1% 올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소위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강한 매를 들었다. 이번 결정은 효과 여부를 떠나 미 연준 및 파월 의장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며 "미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일정 부문 회복하고 자칫 '빅 스텝' 선택 시 초래할 수 있는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국내 기준금리다. 인플레에 미국 기준금리가 국내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일어나게 되면서다. 이럴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며 또다시 물가상승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에서 한은은 중립금리까지 가는 게 우선이라고 언급했다"라며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까지 인상해 수요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통제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중립금리는 최대 2.25~2.50%로 추정되는 만큼 한은은 금리인상은 추가 2~3차례일 것으로 전망했을 것"이라며 "다만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은도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거나 그 폭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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