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은 일제가 한반도 지배를 위해 1900년대 초 부설한 철도다. 1904년 용산~개성구간 공사가 시작돼 2년 만인 1906년 전 구간이 개통됐으며, 경성의 '경'과 신의주의 '의'를 따 경의선으로 불렸다. 한반도의 남북을 관통하는 총연장 499km의 경의선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1951년 운영이 중단됐다. 분단 이후 1953년에는 서울~문산 구간만 운행되다가 1975년 여객 영업이 중단됐다. 서울시는 2009년 경의선 지하화로 폐선된 철도 부지를 선형 녹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공원을 만들어 2016년 5월 '경의선 숲길' 전 구간을 시민에게 개방했다.
◆인파로 북적이는 '연트럴파크'
경의선 숲길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철도 상부 유휴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서울시가 공사비 457억2000만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시는 2010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6년 만인 2016년 경의선 숲길을 준공했다. 마포구에서부터 용산구까지 이어지는 선형 공원의 총 길이는 6.3km이며, 면적은 10만2008㎡에 이른다.
경의선 숲길은 ▲연남동 구간(가좌역~홍대입구역) ▲와우교 구간(홍대입구역~서강대역) ▲신수·대흥·염리동 구간(서강대역~공덕역) ▲새창고개·원효로 구간(공덕역~용산구 문화체육센터) 크게 4개 코스로 나뉜다.
지난 15일 오후 '연트럴파크'(연남동과 센트럴파크의 합성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연남동 구간을 방문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왔다. 출구 앞 에스컬레이터에서 고개를 쭉 빼놓고 일행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반가운 얼굴이 보이면 크게 손을 흔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곧 폭우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는데도 사람들은 늦여름 풀과 나무들이 뿜어내는 공원의 초록빛을 만끽하기 위해 경의선 숲길로 모여들었다. 강아지풀처럼 생긴 수크렁과 언뜻 며느리밥풀꽃처럼 보이는 비비추, 흰 꽃이 떨어지고 녹색 잎만 남은 이팝나무, 살구 없는 살구나무 등 갖가지 식물들이 공원을 찾은 사람들을 맞았다.
이날이 광복 77주년을 맞는 날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공원 방문객들에게 직접 만든 작은 태극기를 나눠주는 대학생들이 15일 오후 경의선 숲길에 활력을 더했다. 애국 청년들은 태극기가 그려진 작은 종이가 붙은 이쑤시개를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잡고 '만세, 만세'를 외치며 흔들고 다녔다.
◆시민과 함께 만든 공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젊은이들 외에 이날 공원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시민'이라는 키워드였다. 경의선 숲길 화단에는 연남동 주민자치위원회가 2020년 9월 매화의 숲을 조성했다는 것을 알리는 작은 동판이, 보행로 한켠에는 2016년 경의선 숲길지기라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만든 '시민 참여 갤러리'가, 연남교 인근에는 '시민과 함께하는 제67회 식목행사' 때 경의선 숲길에 나무를 심은 이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이 설치돼 이곳이 시민 손으로 부활한 공원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켰다.
시민 참여 갤러리에서는 남녀노소 약 2000명이 각자가 희망하는 상생 사회의 모습을 담은 그림과 메시지를 모아 하나의 창작물로 엮은 '상생의 마음'이라는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작품을 통해 '다가오는 봄의 기운은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한 사람이 사랑을 나누면 사랑은 풍성해집니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살맛 나는 세상이다', '손님은 왕이다? 우리 모두가 왕입니다'는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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