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풀린 돈 4개월 연속 오름세
반면 예금회전율은 금융위기보다↓
시중에 풀린 돈이 4개월 연속 증가하며 다시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가계와 기업 모두 지갑을 닫으며 필요한 곳으로 돈이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높은 물가오름세와 대외여건 불확실성에 가계와 기업 모두 소비와 투자를 꺼리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에 풀린 돈 10조 '껑충'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7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7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잔)은 광의통화(M2) 기준 3719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조4000억원(0.3%) 확대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0% 증가했다.
M2는 2021년 1월(10.1%)부터 15개월 동안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온 바 있다. 여전히 오름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4월부터 4개월째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인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을 비롯해 머니마켓펀드(MMF)·2년미만 정기예적금·수익증권·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2년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특히 한은의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적금으로 돈이 다시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상품별로 보면 정기예적금은 21조6000억원까지 대폭 늘었다. 반면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9조3000억원), 요구불예금(-5조원), MMF(-3조7000억원) 등이 감소했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팀장은 "금리 상승과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을 빼내 정기예적금으로 옮겨간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예·적금으로 들어오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 위험자산에서 투자자산을 빼내 예금으로 돌리는 등 '역(逆) 머니 무브'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도는 속도는 역대 '최저'
반면 좀처럼 돈은 돌지 않고 있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
18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회전율은 3.7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때 4.1회~5.1회(2008년 10월~2009년 12월)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예금회전율은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 및 소비 등을 위해 예금을 인출한 횟수로, 돈의 유통속도를 나타낸다. 예금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예금자가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을 은행에 묻어두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예금 중 요구불예금 회전율도 14.2에 그쳤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 4월부터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35.4회보다도 한참을 밑돌고 있다.
소비 역시 부진한 상황이다. 한은의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2.8포인트(P) 증가한 88.8로 집계됐다.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지만 2개월째 100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값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크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유동성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방역 상황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고물가에 따른 가계 구매력 감소와 경제 심리 악화로 소비 부문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기업 투자 심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방향성에 디커플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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