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구조를 보고 싶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을 단순히 '가격의 등락'으로만 읽지 않는다. 데이터와 현장, 그리고 장기 사이클이란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시장을 해석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의 시작은 의외로 여행이었다. 세계 여러 도시를 다니며 건축물, 상권, 인프라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자연경관보다는 도시의 구조와 질서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집안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는 임대사업을 했고 누나는 공인중개사로 일했다. 집이라는 공간과 시장을 일상적으로 접하며 성장한 경험이 그의 진로를 결정짓는 밑바탕이 됐다.
첫 현장은 누나가 운영하던 중개사무소였다. 계약과 거래 과정을 배우며 시장의 기본 구조를 익혔다. 이후 시행사로 옮겨 주택 공급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개발의 실제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수요 예측 없이 진행되는 공급 구조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이때부터 데이터와 분석을 통한 객관적 진단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고 이러한 경험이 곧 '도시와경제'의 출발점이 됐다.
◆ 데이터와 현장을 동시에 읽는 눈
송 대표가 시장을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실거래가와 호가다. 실거래가는 국토교통부 시스템에 신고된 실제 가격으로 시장의 객관적 기준선이 되지만 한두 달의 시차가 발생한다. 반대로 호가는 매도자의 심리를 반영해 객관성은 떨어지지만 외부 요인에 즉각 반응한다.
그는 "실거래가로 현실을 확인하고 호가로는 시장의 선행 신호를 포착한다"면서 "두 데이터를 함께 해석해야 시장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27 대출 규제 직후 서울 강남 3구 일부 단지에서는 실거래가 변동에 앞서 호가가 3~5% 하락했다.
송 대표는 "이런 움직임이 시장 심리 위축을 호가가 먼저 드러낸 사례다"라며 "장기적 흐름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신호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시장의 큰 흐름에 대해 그는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 금리 인상과 규제 강화, 그리고 양극화 심화가 세 가지 키워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가 연 0.5%까지 내려가자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원대에서 12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수도권 외곽과 지방 시장은 10~20% 조정을 받았다. 2024년 이후로는 강남·용산 같은 핵심 입지가 가격을 유지하거나 오르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는 미분양 8만호를 넘어서며 양극화가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시장을 바라볼 때 자극적인 프레임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시장에는 언제나 사이클이 있으며 폭등·폭락 같은 단어에 휘둘리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면서 "결국 수요·공급과 유동성 흐름이 방향을 결정한다"고 했다.
◆ 규제, 실수요자와 투자자를 가르는 기준
송 대표는 6·27 대출 규제를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으로 차입 여력이 크게 축소되면서 9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하려던 실수요자는 이전보다 1억원 이상 적은 대출 한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규제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기준 전월 대비 35% 줄었다. 그는 이 흐름이 단기적으로는 거래 절벽을 만들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무리한 차입 수요를 억제해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실수요자들은 원하는 집을 마련하기가 한층 어려워진 반면, 현금 유동성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초기 재개발 구역이나 미분양 할인분양 기회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가 불가피하지만 신혼부부·청년층 등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나 보금자리론 한도 확대 같은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그는 "수도권은 거래량 회복이 쉽지 않겠지만 강남3구와 용산, 정비사업 단지들은 공급 희소성과 개발 기대감으로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고 했다.
반대로 지방은 고용 기반이 탄탄한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추가 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누적된 미분양 물량이 지방 시장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단기적으로 조정 압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 도시와 산업, 새로운 흐름은
송 대표는 최근 부동산·도시경제 트렌드의 변화로 ▲도심 고밀 개발 ▲정비사업 재편 ▲인구 구조 변화를 꼽았다.
그는 "용산정비창,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등 고밀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서울 중심지 자산의 희소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안전진단 완화와 신속통합기획 도입으로 정비사업 물량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초기 단계 구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구조 변화도 뚜렷하다.
그는 "1~2인 가구가 전체의 65% 이상을 차지하면서 주거 수요가 소형 평형과 생활 편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 대표의 일상은 철저히 데이터와 현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는 "매일 거래량, 전세가율, 입주 물량을 확인하고 주간 단위로 주요 단지를 방문해 데이터를 현실과 비교한다"며 "데이터와 현장의 온도를 함께 읽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시장을 보는 시각을 강조한다. 부동산을 단순히 시세 흐름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정책·인구·산업·자금 흐름을 입체적으로 읽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단기 트렌드에 휩쓸리기보다 장기 사이클을 이해하는 큰 그림 시각이 있어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지원기자 jjw1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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