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청탁금지법)이 어느새 시행 1년을 맞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난해 이 때만 해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가 침체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와,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해질 것이란 기대가 교차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몸으로 느낄 정도의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부분적으로는 타격을 받거나 혜택을 입은 사례가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청탁금지법에 대한 여파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의미다.
각 분야별로는 청탁금지법 시행이 민감한 이슈였다. 실제로 화훼농가나 농수축산물 업종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줄어 여기저기에서 문을 닫는 곳이 많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화원협회 소속 소매업체 1200곳의 올해 1~5월 거래금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7% 감소했다고 한다. 과일이나 한우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농촌의 삶은 팍팍해졌고 관공서 주위 식당에서는 일명 '김영란 세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접대비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과 비교해 15.1%가 줄었다. 법이 시행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접대를 줄이면서 기업의 비용이 절감된 것이다. 공무원들에 대한 접대를 주로 맡아 온 대외협력 부서들도 환영과 우려가 교차한다. 이들은 "그 동안 마치 우리가 회사 비용을 펑펑 쓰며 불법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냐"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제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과도한 접대문화가 사라지고, 주말과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게 됐다"는 반응도 많았다.
결국,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한 때 경제가 망가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고,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에 미치지도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건강한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는 방증이자, 이미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수수가 많이 사라진 상태에서 법이 시행됐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탁금지법이 '부익부 빈익빈'을 부채질하는 건 아닌지, 사회적 약자들이 더 힘든 세상이 되는 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사회가 투명하게 가는 '성장통'이기도 하지만 당장 생계에 타격을 받은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들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용 10만원으로 제한한 것을 3만·10만·5만원 등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런 논의를 '조삼모사'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선물비용을 늘리고 경조사비를 줄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청탁금지법이 숫자논쟁에 매몰됐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이 추구하는 대의가 손상되지 않는다면 현실에 맞게 조금씩 수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대다수 국민은 체감하기 어렵지만 각 조항의 규제에 생존이 달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청탁금지법의 당초 취지가 살 수 있도록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익추구를 금지하여 공직과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이해충돌방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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