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주 미아앤컨설팅 대표는 "저유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한국기업 입장에서 보면 중동 쪽의 시설투자(케펙스·CAPEX) 수주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등 이미 영향을 받고 있지만 민영화될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투자(SI)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메트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동 국가들이 저유가 상태가 지속되면서 공공부문 재정 적자가 한계에 도달한 만큼 공기업 민영화에 나설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韓 기업,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진출 기회"
현재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40달러 초반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배럴당 19달러 안팎까지 급락한 바 있다.
중동 국가들은 저유가 여부를 정부의 재정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전에는 그 기준이 배럴당 80달러였다. 중동의 많은 나라들이 에너지 보조금을 줄이는 등 긴축에 나서면서 많이 낮아졌지만 그럼에도 유가가 60달러 안팎은 돼야 재정균형이 가능하다.
최 대표는 "4년째 저유가 상태가 이어지면서 중동 국가들의 재정적자가 불어난 것은 물론 외환보유고도 줄었다"며 "달러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수 없는 중동 국가들에게 재정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남은 방법은 공기업의 민영화"라고 강조했다.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공기업의 민영화는 나라를 불문하고 민감한 사안일 터. 일부 국가가 국부펀드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해법을 내놓으며 다른 중동 국가들도 주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부펀드가 공기업의 지주사로 지분 20% 가량을 확보하고, 나머니 80%는 외부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전략적 투자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만 해도 송배전 회사들의 평균 전력 손실율이 지난 3년간 7~8%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한국의 스마트그리드 관련 노하우를 적용하면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며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전략적 투자 파트너를 제안하는 대신 10년 이상 장기로 유지보수 관리 계약을 하는 등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통신 관련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사막이 많은 중동 지역이다 보니 핸드폰이 안되는 곳이 많다. 스마트 통신 기기 등으로 통신두절이 없도록 해주면 한국기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교통 분야로 보면 카메라나 CCTV 등을 활용해 사고를 줄이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한국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도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 투명하고 믿을만한 국가가 됐다.
최 대표는 "예전엔 삼성, 현대는 알아도 코리아는 모른다고 했지만 전세계가 코로나19를 겪는 몇 달 사이 중동에서도 코리아는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됐다"며 "대기업 뿐만 아니라 분야별로 스타트업에게도 중동은 기회의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低유가에도 투자처 찾는 '오일머니'
중동쪽 자금을 '오일머니'라고 통칭하지만 좀 구분해서 봐야한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저유가에 정부 재정은 악화됐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오일머니로 알고 있는 중동의 국부펀드나 왕자 등 왕실의 일원들이 운영하는 기업들은 상황이 다르다. 이들에게는 저유가라고 해도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많은 자금을 들고 좋은 투자처를 찾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만 해도 약 40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며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로 꼽힌다.
변화라면 전통 산업이 아닌 코로나 이후의 산업을 주시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 재정을 활용한 시설투자는 전면 중단됐지만 중동 국부펀드나 왕실 기업들은 오일 이후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사회적·환경적 성과도 중요시하는 임팩트 투자나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에 전세계 항공산업 위기…"황금노선 노려라"
국가를 불문하고 항공산업은 코로나19의 타격이 가장 큰 분야다. 국내 항공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가가 대대적인 지원을 하기 힘든 중동 항공사들은 더 힘들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에티하드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이 있다. 공공부문의 중복투자를 최대한 줄이려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두 곳 모두 살아남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에미레이트항공은 코로나19 이전까지는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으며,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황금노선을 운행하던 곳"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의 적자로 생존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한국 항공사들이라면 이들의 황금노선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 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최 대표는 대구상고 졸업과 함께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서울대 경제학 석사, 옥스퍼드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 등을 취득한 실력파로 세계은행 국제금융국 컨설턴트와 교보증권 대표이사, GK 파트너스 대표이사 등을 거친 금융시장 전문가다. 포스코기술투자 대표와 포스코건설 부사장을 맡았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의 자회사인 펙사 대표를 지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