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성경제인의 날 맞아 '금탑산업훈장' 수훈
글로벌 브랜드 OEM하다 자체 브랜드로 국내 1위
한국에 매장 200여개…베트남·에티오피아에 공장
신 대표 "業 통해 직업·희망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
'입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입어본 사람은 없다.'
'Never Stop Riding', 대한민국 자전거 의류 브랜드 NSR 이야기다.
자전거 전용 의류가 생소하고 그나마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 브랜드가 대부분이던 2010년 당시 NSR은 토종 브랜드로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브랜드 론칭 10주년이 된 지금은 수입 브랜드를 다 합쳐도 연간 약 300억원(소비자가 기준) 수준인 NSR의 매출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자전거 의류 시장 규모가 적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NSR은 10년 사이에 1등 자리를 확고하게 차지했다.
그리고 NSR의 뒤엔 이를 탄생시킨 신티에스 신금식 대표(사진)가 있다.
신금식 대표가 2004년 창업한 신티에스는 1등 자전거 브랜드, 전체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 약 90%, 2012년 '1천만불 수출탑' 수상, 청년친화 강소기업, 가족친화인증기업 등의 타이틀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열린 제24회 여성경제인의 날을 맞아 기업인으로는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금탑훈장의 기준에 비하면 회사(의 규모)가 낮은 수준이라 받고서도 민망하더라. 하지만 이게 여성기업의 현실이다. 공부 등에선 늘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왜 유독 경제계에선 이럴까하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늘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보니 훈장이라도 받으면 대출 이자 혜택이라도 좀 있을까하고 신청했었다."
금탑훈장을 받은 기업인의 소감치고는 매우 소박하지만 어딘가 뼈가 있는 말이다.
대학에서 의생활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OEM을 주로 하는 중견 의류제조기업에서 18년간 일을 하다 나와 지금의 신티에스를 차렸다. 그때가 2004년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사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회사를 그만 둔 내게 남편이 '잘 하는 것을 해야한다'고 말을 하더라. 물론 그게 의류였다.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해 창업을 했다."
현재 신티에스에서 해외 생산 책임 등을 총괄하고 있는 남편 차민호 회장은 신 대표와 대학 역도부 시절 만나 결혼한 사이다.
남편의 권유에 그는 서울 여의도에 월세 5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얻었다. 3000원짜리 중고 전화기를 들여놓고 사무실 구색도 갖췄다. 창업에 필요한 5000만원은 동생이 대출로 융통했다.
의류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잔뼈가 굵었지만 바이어도 없이 무작정 시작한 일이다. 믿을 것이라곤 제조 공장, 자재업체 등 일하면서 닦아놓은 네트워크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연했던 일이 하나, 둘씩 풀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인복이 좋았고 운도 따랐다.
신 대표는 "생산업체를 찾던 스페인 회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회사를 창업했다는 말을 듣고 관계자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내게 일감을 주고, 투자도 하겠다고 하더라.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당시를 회생했다.
그렇게 일감을 받은 신 대표는 인건비가 싼 중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의 봉제공장을 찾아다니며 생산을 맡겼다. 하지만 품질이 균일하지 못했다. 자체 공장이 필요했다.
행운은 또 다가왔다. 공장을 찾아다니던 중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1만평 정도의 땅을 가진 현지인을 만난 것이다.
"직원들을 짜내서 돈 벌 욕심이 없었다. (해외에서도)노동법 제대로 지키면서 사업을 하고 싶었다. 땅 주인이 자기네 민족을 착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해했는지 장기분할납부라는 좋은 조건에 공장부지를 넘겼다. 물론 몇년에 걸쳐 돈을 다 갚았다."
신 대표는 공장을 짓도록 배려한 베트남 땅주인,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베트남 공장에 탁아소를 만들었다. 육아 때문에 봉제일을 하지 못하는 현지 여성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공장내 식당의 음식에도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인간다운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이는 신 대표가 겪은 옛 경험 때문이다.
그는 봉제일을 하는 고모들과 서울 구로공단의 쪽방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봉제공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다.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집에 보내고, 동생들 공부시키는 것이 봉제공장이었다. 내 어린시절 우리나라가 그랬고, 베트남 등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다. 어느덧 나도 봉제업을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가지 분명하고, 감사한 것은 (업을 통해)사람들에게 직업을 줄 수 있고, 또 그 가족들에겐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티에스의 첫 생산기지인 베트남 공장에 그가 그렇게 공을 들였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사업하면서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2014년 진출한 이후 손실만 안겨줬던 에티오피아 공장이 그랬다. 베트남에서의 경험만을 갖고 '지구상 마지막 봉제국가'인 에티오피아로 들어갔지만 너무 간과한 것이 많았다. 2008년엔 베트남 공장에 불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솟아날 구멍은 늘 있었다. 이젠 모든 것이 정상화됐다.
"에티오피아 공장을 정상화시키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나고보니 투자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어려움을 이기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업하면서 은행돈 한번 연체한 적 없고,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모든 것은 숨기지 않고 오픈하고 있다. 바이어가 우리를 믿고 지지해줬고, 직원들은 회사를 신뢰했다. 이젠 수익을 낼 일만 남았다." 이 말을 자신있게 전하는 신 대표의 입가엔 웃음이 가득했다.
신티에스의 NSR은 현재 국내에만 200개가 넘는 매장을 비롯해 2014년엔 종주국인 미국에 매장을 여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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