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교육 개혁 바람이 증시에 이어 부동산 시장에도 후폭풍을 몰고 왔다. 중국 당국이 베이징 일부 지역에서 학교 배정 방식을 바꾸면서 명문 학군지의 부동산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이틀새 매물의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은 물론 매수자들이 계약파기를 위해 수 억원의 계약금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중국에도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8학군 같이 명문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쉐치팡(學區房·학구방)'이 있다. 베이징 시청구를 비롯한 선전 일부 지역이 평당 몇 억원을 호가하는 것도 사실 알고보면 쉐치팡 때문이었다.
4일 중국 봉황망 등에 따르면 베이징 시청구에서 다교(多校) 배정을 전면 실시하면서 선전 등의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쳤다.
다교배정이란 일정 구역의 학생들을 한 학교가 아니라 여러 학교에 나눠 보낸다는 의미다. 비싼 돈을 들여 좋은 학군의 집으로 이사해도 어느 학교에 배정될 지 모른단 얘기다.
특히 선전의 경우 교육 개혁을 추진 중인 만큼 그 여파가 컸다. 선전 당국은 지난 1일 교육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의 초안을 내놓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나눠진 학군마다 하나 이상의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부동산과 학군의 연결고리를 끊어놓겠다는 의도다.
이미 선전 쉐치팡으로 유명한 지역의 집값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전 매매가 대비 1~2억원 내린 매물이 나오는가 하면 경매시장에서도 호가가 아예 나오지 않아 유찰되는 사례도 나왔다.
선전의 한 세입자는 "지난달 말에 쉐치팡 지역에 집을 구해 계약금 200만위안(원화 3억5000만원 안팎)을 냈고, 세금·중개비 등 각종 비용을 다 합하면 총 주택 구입비는 2000만 위안(원화 35억5000만원 안팎)을 넘는다"며 "(선전의 교육 입법으로) 200만위안의 계약금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쑹딩 중국 도시경제전문가위원회 부주임은 시대주보에 "초안은 그간 지속된 불합리한 교육과 과도한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존에 학군지 집을 사면 100% 명문대에 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명문대를 보장할 수 없는 만큼 학군지 주택은 물론 전체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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