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1위인 헝다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30대 부동산 개발사들 절반 가량이 당국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중국 베이커 연구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중국의 30대 부동산 개발업자 중 14곳이 지난해 도입한 '3대 마지노선' 중 하나 이상을 위반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부동산 개발업자의 대출를 제한하는 '3대 마지노선' 정책을 발표했다.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 순부채비율, 단기 부채 대비 현금보유비율 등 3가지 지표가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은행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확장하던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업체 입장에서 보면 추가 자금조달 창구가 아예 막히는 셈이다. 대규모 투자로 몸집을 키우던 헝다그룹이 위기에 빠진 것도 이런 고강도 규제가 시행되면서다.
베이커 연구원의 데이터는 지난 6월에 작성된 것이다. 당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헝다그룹은 실제 채권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디폴트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광저우 R&F는 3대 지표 가운데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헝다그룹 다음은 광저우 R&F가 될 것이란 소문도 이 때문이다. 특히 순부채비율이 30개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았다.
벽계원은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78.5%로 마지노선 70%를 넘어섰다. 벽계원은 작년 매출 기준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다. 벽계원 주가는 올해 들어 26% 하락했지만 오는 2024년 만기 채권의 거래 가격은 아직 액면가보다는 높다.
헝다그룹은 단기 부채 대비 현금보유비율이 30개사 가운데 2번째로 낮은 곳이다. 단기 부채 대비 현금보유비율은 만기가 임박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재무취약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헝다그룹은 자회사 지분 일부를 15억5000만달러에 국영기업에 매각키로 하는 등 자산 매각에 나선 상태다. 당장 급한 불을 끄겠지만 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위기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역외채권에 대해 아직도 4번의 이자 지급 기한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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