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시내의 한 슈퍼마켓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겨울 동안 먹을 양배추를 쟁여놓기 위해서다. 슈퍼마켓은 양배추를 1인당 3개로 제한했지만 이미 오전 9시 모두 동이 나고 말았다.
11월 이른 한파보다 먼저 중국인들의 식탁을 흔든 것은 가파르게 오른 물가다. 이달 초 중국 정부가 각 가정에 생필품을 비축하라고 권고하면서 대만과의 전쟁설까지 돌았지만 사실 문제는 오를 일만 남은 식품 물가였다. 이상기후과 델타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한 달 사이 채소가격이 2배 이상 뛰는 등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13.5% 상승했다. 26년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5% 올라 역시 상승폭이 확대됐다. 돼지고기 가격이 44%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다른 식품의 가격 상승폭은 CPI를 크게 웃돌았을 것으로 보인다.
PPI가 무섭게 오르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장바구니 물가다.
보통 중국은 최대 명절인 춘절에 앞서 식품과 생필품 공급 안정에 나서는데 올해는 연말부터 이미 물가가 뛰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일찍 내린 눈으로 생산이 제한될 가능성은 커졌으며, 최근 델타바이러스 확산으로 추가 봉쇄에도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 아직은 PPI가 CPI로 전가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향후 소비재 가격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다.
HSBC 징류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료 관련 산업을 악영향을 미쳤던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이제 소비재 산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며 "가격 인상 압력이 PPI에서 CPI로 이동하면서 CPI는 현재 수준인 1.5%에서 더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핀포인트 자산운용 장 즈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소비자 가격 인상에 앞서 기존 재고를 활용했지만 이제는 고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몇 달 동안 일부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기업들이 가격 전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PPI 상승은 석탄 채굴 부문이 주도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3.7% 상승해 9월 74.9%를 크게 웃돌았다. 올해 PPI 급등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며, 중국의 전력난이 이를 더 부추겼다.
DB금융투자 김선영 연구원은 "중국정부가 전력난보다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돼지고기와 채소 가격"이라며 "현재로서는 채소가격 급등을 돼지고기 가격 급락으로 일부 상쇄시켰지만 향후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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