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M사 소화약제 'NovecTM1230', 200μm 크기 캡슐에 담아
패드, 필름, 테이프 등으로 제조…화재시 자동감지해 약제 분출
李 대표 "설치 간편하고 전원도 필요 없어…UN선 친환경 약제"
자동소화 멀티탭 등도 선봬… 세계 공략해 '인류 안전' 지키기
큰 불은 늘 작은 불씨에서 시작한다. 산불도, 물류센터 화재도, 전통시장 화재도 다 마찬가지다. 집에선 잠자고 있을때, 사무실에선 직원이 퇴근했을 때 불씨가 결국 큰 불로 번져 인명과 재산피해가 늘어난다.
그런데 사람이 없을 때 작은 불씨를 스스로 꺼 큰 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답을 찾은 기업인이 있다.
'소화용 마이크로캡슐'을 개발해 선보이며 '글로벌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선 지에프아이(GFI) 이상섭 대표(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소화약제가 들어있는 지에프아이의 마이크로캡슐은 머리카락 1개 굵기인 150~200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작은 알갱이다. 더 작게도 만들 수 있지만 이 정도의 크기가 화재에 가장 잘 반응하고, 균일성도 뛰어나다.
소화약제는 일명 '젖지 않는 물'로도 불리는 미국 3M사의 'NovecTM1230'을 사용했다.
밀봉해 항공기로 들여오는 이 청정소화약제를 한국의 GFI가 기밀융합방법을 이용해 마이크로캡슐로 만들어 다양한 소화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신기술이다.
"3M에서도 자기네 물질을 활용해 마이크로캡슐로 만들었다는 것을 믿지 않더라. 3M서 2년간 자체 검증을 하고나서야 인정해주더라. 관련 내용은 3M 홈페이지에도 소개됐다. 우리가 캡슐 소화약제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경기 김포에 있는 GFI 본사 공장에서 만난 이상섭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가 2014년 설립한 GFI는 소화약제 캡슐화 제조 기술 등으로 17건의 특허와 4건의 특허출원, 재난안전제품인증, 녹색기술인증, 방재신기술(NET) 인증 등을 받은 상태다.
▲화학·안전부문 대한민국우수특허 대상(2017년) ▲대한민국 안전기술대상 대통령상 수상(〃) ▲제22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우수기술혁신상(2021년) ▲K-혁신기업 어워드 대상(〃) ▲세계일류상품선정(〃) 등의 영예를 안으며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회사 업력으로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 대표는 제품 브랜드를 '이지스(AEGIS)'로 지었다. 이지스는 제우스 신이 아테나신에게 준 방패 이름이다.
그는 "불이 나면 알람만으로 알려주는 게 스마트 소방이 아니다. 불을 스스로 끄고 난 후 불이 났다고 알려주는게 진정 스마트한 소방이다. '화재 안전'하면 한국의 GFI와 이지스가 연상될 수 있도록 '글로벌 안전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소화약제가 담긴 작은 캡슐은 패드형, 필름형, 테이프형, 와이어형, 블록형, 커버형 등 용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마이크로캡슐이 화재시 온도에 반응해 소화약제를 방출, 불을 초기에 진압하는 것이 핵심원리다.
3㎝×2㎝ 크기의 작은 스티커 하나엔 8만개 정도의 마이크로캡슐이 들어가 있다. 손톱보다 약간 큰 이 스티커 하나로 각 가정에 있는 두꺼비집 크기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가정, 기업, 병원, 전통시장, 지하상가, 지하철역사, 요양시설 등에 있는 콘센트, 분전함, 모터박스 등 화재가능성이 큰 곳에 스티커를 붙여놓기만하면 된다. B2C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자동소화 멀티탭, 자동소화 콘센트 등도 출시해 판매를 시작했다.
"소화용 마이크로캡슐은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설치가 간편하고 전원이 필요없다. 화재시 분출되는 소화약제는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국제연합(UN)에서도 소화약제 중 가장 친환경적인 것으로 인정했다. 이지스로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면 대형 화재로 확산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 둘러본 GFI 본사 사무실과 공장 곳곳에도 패드형 제품이 붙어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전 등으로 불이나면 바로 옆에 붙여놓은 이 패드가 불씨 단계에서 화재를 감지하고 약제를 분출, 큰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GFI의 이같은 혁신 기술에 대해 시장에선 초기에 '설마'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서 기술력 검증과 인정을 받으면서 GFI의 이지스를 찾는 곳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름만대면 알만한 국내 대기업의 이차전지 제조 계열사인 S사의 ESS(에너지저장장치)에도 GFI 제품이 들어가며 회사의 '캐시 카우'가 되고 있다.
2017년 당시 7명이 1억7000억원의 매출과 5억8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GFI는 올해엔 약 366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순이익은 135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그 사이 회사 인원은 30명까지 늘었다.
전에 없는 혁신 기술을 통해 지도에 없는 길을 가고 있는 GFI가 '규제'라는 장벽을 스스로 넘어서면서 만들어내고 있는 성과다.
"10원 한 장 지원받은 것이 없다. 우리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규제가 있다고해서 멈출수는 없다. 투정밖에 되질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다시 꿈을 꾼다.
"제품을 개발하는데만 벌어놓은 돈 30억원과 지인 돈 등 약 50억원이 들어갔다. 힘들게 개발한 만큼 우리 제품이 사람의 소중한 목숨과 재산을 지키는 곳에 잘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한국에만 머물 수 없다고 판단해 내년부터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것이다. GFI의 목표는 이제 인류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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