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직원들의 코로나19 확진이든 예방차원이든 은행 지점 가운데 3분의 1 이상 문을 닫았고, 금융권 고급 인력들의 유출은 더 가속화됐다.
문제는 홍콩의 코로나19 확산이 잡힐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이 전면전에 돌입했다지만 코로나19의 특성상 빠른 시일 내에 진정은 힘들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2주 폐쇄에도 일부 주요 영업에서 입은 손실을 감안하면 장기전을 버텨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개의 은행들이 지난 7일 동안에만 135개의 지점을 추가로 임시 폐쇄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기준 폐쇄 상태인 은행 지점은 총 412곳이다. 홍콩 전체 은행 지점 1100개의 37%에 달하는 수준이다.
HSBC는 전체 지점의 절반 가량인 50곳을 폐쇄했고, 중국 은행(홍콩) 역시 50% 안팎인 90개 지점의 문을 닫았다. 스탠다드 차타드(Standard Chartered)와 기타 대출 기관은 지점의 약 30~40%를 폐쇄했다.
은행들은 홍콩의 코로나19 5차 유행이 확산되기 시작한 이달 7일부터 일부 지점을 폐쇄하기 시작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점 폐쇄는 단 2주 만에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은행 관계자들은 지점 폐쇄가 길어지면서 주요 비즈니스의 손실이 커지는 등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소매 은행 거래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액 자산가들은 대면 거래를 선호한다.
홍콩 SC 메리 후엔 와이이 최고경영자(CEO)는 "은행 지점의 3분의 1 가량을 폐쇄한 지 2주가 지나면서 일부 대면 서비스가 마비되는 것은 불가피했다"고 "타격이 가장 큰 부분은 거액 거래와 자산관리 자문 서비스로 고객들은 거액 입출금이나 투자 포트폴리오 자문에 있어서는 대면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은행들 모두 지점을 폐쇄하면서 언제 다시 문을 열 수 있을 지 밝히지 않았다.
광대증권 케니응 전략가는 "코로나19 확산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대규모의 은행 지점 폐쇄는 계속될 곳"이라며 "소매 금융 사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며, 강력한 방역 정책은 은행들의 신용 카드 사업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당국은 백신 접종을 받은 직원만 은행에 들어가도록 허용하거나 정기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강력히 권장한 상태다.
한편 홍콩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일 7533명으로 다시 한 번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누적 감염자는 6만명을 넘어섰다.
홍콩은 다음달 초 주민 750만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 전수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유례없는 전수 검사로 감염자를 모두 찾아내고 격리시켜 도시 봉쇄는 피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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