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난데없이 중국 증시가 들썩이고 있다. 증시를 주도하는 것은 러시아 무역 수혜주들이다. 서방의 각종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러시아가 중국과의 무역을 크게 늘릴 것이란 기대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렸다.
7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무역 관련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으며, 일부는 6거래일 연속으로 가격 상한폭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급등한 기업 가운데 하나는 북동부 랴오닝성의 항만 운영업체인 진저우항이다. 러시아나 국경 인접 도시를 오가는 노선이 구축돼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진저우항의 주가는 80%나 급등한 반면 같은 기간 CSI 300 지수는 3.5% 하락했다.
상하이증권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주의·경고를 알리고, 진저우항 역시 주요 사업에는 변함이 없으며 실적은 전년 대비 오히려 악화됐음을 공지했지만 상한가 행진은 계속됐다.
한 유럽 은행의 아시아 주식 담당자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무역 증가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을 전제로 한 움직임"이라며 "이번 랠리는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에 의한 '광기'다"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에서 많이 쓰이는 가치평가 기준인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져봐도 주가는 과도한 수준이다. 진저우항의 PER은 약 60배 안팎으로 동종 기업 평균을 크게 웃돈 것은 물론 아마존(63)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주가가 들썩인 이유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속속 실행에 옮기면서 중국의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해 중국을 방문해 양국 교역 규모를 연간 2500억 달러까지 늘리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약 1200억 달러 규모의 석유 및 가스 거래를 새로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역시 최근 러시아 밀 수입에 대한 제한을 해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간의 무역이 다소 늘더라도 진저우항을 포함한 관련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중·러 무역이 두 배로 늘더라도 중국의 연간 총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에 불과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급등한 기업들 대부분이 중국 국내 무역을 주로 취급한다"며 "지리적으로만 러시아와 가까울 뿐 러시아와 아무 관련 없는 기업도 있어 이번 주가 급등은 폭탄돌리기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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