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때 낙향, 하동서 농업회사 창업…'농촌 살리기' 나서
평사리 유기농쌀등 지역 농산물 활용 500여 먹거리 제조
"제일 중요한 것은 땅, 회사 키워 지방 지키겠다" 포부도
실버 푸드, 간편식 시장 진출 모색…레토르트로 해외도
【하동(경남)=김승호 기자】남도 섬진강 강변엔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 지리산 자락 사이에 80만평이 넘는 너른 들판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강변길을 따라가다 평사리 들판을 지나고 여기서 다시 산길을 따라 차로 10여분 정도 오르면 제법 공장티를 낸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건물 입구엔 '산모양'의 M자 그림과 '1915'라고 쓴 숫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서울, 수도권에 있는 웬만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이유식을 만드는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본사가 여기에 있다.
지리산, 평사리 들판, 섬진강. 뭔가 범상치 않은 주변 환경들이다.
"우리는 새벽부터 지리산 해발 500m로 향합니다." 본사에서 만난 오천호 대표(사진)가 회사 소개를 하면서 처음 한 말이다.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에코맘) 본사가 위치한 높이가 해발 500m다. 출근은 새벽 7시, 퇴근은 오후 4시다.
오 대표가 건넨 명함에도 '1915' 숫자가 있다. 그러고보니 1915는 지리산 천왕봉의 높이다.
에코맘 본사와 바로 앞 평사리 들판은 지리산에 속하는 신선봉(615m), 형제봉(1116m), 수리봉(874m), 칠성봉(906m), 구재봉(774m) 등으로 둘러싸여있다.
서울에 살던 오천호 대표는 32세때 고향인 이곳으로 내려와 농업회사인 에코맘을 창업했다. 그때가 2012년이니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농촌과 농부를 누군가는 살려야한다. 그 일을 내가 하고 싶었다. 흔히 '지방소멸'을 말하지만 우리(회사)가 볼륨이 커지면 지방소멸은 없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지방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오 대표를 포함해 3명이서 시작한 에코맘은 벌써 직원이 50명을 넘었다. 모두 지역의 농민, 여성농, 고령자, 청년들로 채웠다.
회사 매출도 창업 이듬해엔 4억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20년엔 120억원이 넘었다.
그 사이 공장을 넓혀 새로 지었고, 지자체와 함께 직원들 사택도 공장 인근에 여러동 올렸다. 비용의 절반은 회사가 댔다.
오 대표가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무엇보다도 '먹거리' 때문이다. 이유식을 사업 아이템으로 시작했으니 더욱 그렇다. 자신도 세 아이의 아빠다.
그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땅'이다.
오 대표는 "83만평에 이르는 평사리 들판의 논을 지키는 농민들과 함께하면 이유식을 양심껏 만들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업은 '산골농산물'로 '지역농민'과 상생하며 '먹기 편한 음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 삼았다.
평사리 들판에서 나는 유기농햅쌀과 인근에서 키우는 방사 유정란, 솔잎한우, 하동햇배, 지리산고로쇠물 그리고 남해바다의 달고기 등을 이용해 이유식 등 먹거리를 만들어 팔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자경농장은 7000평, 계약재배는 125농가에 달했다. 에코맘이 지역에서 매입한 농산물만 지금까지 90억원 어치가 훌쩍 넘는다. 매년 5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평사리 들판을 유기농화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2019년엔 국내 농산물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브랜드로 이유식 업계 최초로 '한광호 농업상'을 수상했다. 오 대표는 6차 산업인으로 뽑혔다.
"농업회사로 시작한 만큼 앞으로도 땅을 지켜내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다음세대에게 전수할 수 있는 일도 할 것이다."
아기 이유식에서 시작한 에코맘은 실버 푸드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먹는 음식이 미음(죽)이듯, 운명전 마지막 먹는 음식도 미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 대표는 '1세때 먹은 이유식 100세까지 간다'는 말도 자주 되내인다.
이유식을 포함해 현재 에코맘이 선보이고 있는 제품만 반찬·국, 산골간식, 건강식품 등 총 500여 종에 이른다.
가정 간편식을 중심으로 한 성인 시장, 레토르트 식품으로 해외 시장 공략도 준비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역에 농민요양병원을 짓는 것은 그에게 꿈이자 숙원사업이다.
다만 지역에 회사가 있다보니 성장하면서 사람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숙제다.
에코맘은 10년 동안 벤처기업, 이노비즈기업, 브랜드K, 사회적기업,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등 타이틀도 많이 땄다.
'한국의 거버(Gerber)'를 꿈꾸고 있는 오 대표. 해발 500m에서 시작한 그와 에코맘이 1915m 정상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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