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어떤 음식을 먹으며 살게 될까. 미래를 그린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극심한 기후 위기 속에서 옥수수만을 먹기도 하고 반대로 모든 영양소와 포만감을 갖춘 알약 하나를 먹기도 한다.
김소형 스탠포드대학교 환경공학과 푸드리서치 디렉터에 따르면 둘 모두 '가능하다'. 다만 옥수수만 먹는 일이 없기 위해, 또 포만감을 넘은 미식(美食)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 대학의 실험실에서, 기업의 연구소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메트로경제신문> 이 '2022 제4회 퓨처 푸드테크 코리아(FFTK2022)'가 끝나고 기조강연을 맡은 김소형 디렉터를 만났다. 메트로경제신문>
김소형 디렉터는 스탠포드대 푸드 디자인랩에서 푸드 디자인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최첨단에 선 미래 푸드 테크의 다양한 진척 상황을 살피고 있는 이 분야의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이끄는 랩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미래 음식연구' '미래의 주방' '미래 레스토랑' 세 가지다.
그가 기조강연을 맡은 제4회 퓨처 푸드테크포럼의 주제는 '넷 제로(Net Zero)'였다. 넷 제로는 탄소 중립을 뜻하는 말로 탄소를 발생시킨 만큼 사용해 탄소발생을 영(제로)으로 만들자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2050년까지 40%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부와 기관, 기업 모두가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각계에서 연구 중인 다양한 미래 푸드테크는 넷 제로를 실천할 신기술일까. 김 디렉터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견지했다. 그는 "잘 모르겠다"로 운을 뗐다.
"지금 상용화를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인 많은 푸드 테크들이 정말로 넷 제로를 할 수 있는 기술인지는 검증이 필요해요. 이 부분에 대해 사람들이 아직 큰 의문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일단 지금 소와 돼지를 기르면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이 막대한 것은 사실이고, 먹지 않는 게 줄이는 방법인 건 맞아요. 하지만 대체육을 공장에서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탄소는 발생할 수 있어요. 아직 우리는 가축을 기르는 것과 대체육을 생산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환경이 문제를 일으키는 지 몰라요. 확실한 검증이 필요한 상태죠."
우리는 대체육이라고 했을 때 대표적으로 '콩고기'를 떠올리고, 실제로 많은 대체육 기업이 콩을 주원료로 한 대체육을 만들고 연구 중이다. 대체육 시장에 주를 이루는 '콩고기'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아직 대체육 기술은 걸음마도 못 뗀 상태라고도 말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대체육은 사실 지금 연구가 많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대체육과 관련한 연구는 7~8년 전부터 시작돼 지금 중반쯤을 지나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대체육이 나오고 있고 맛과 영양소 면에서 일반 육류와 같아요. 다만 대체육의 최종 목표는 지금과 같은 간 고기 형태가 아니라, 정말로 마블링이 있고 가공하지 않은 고깃덩이인데, 거기까지는 못 갔을 뿐이죠."
김 디렉터는 대체육과 관련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중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한 병에 1000만원이 넘는 유명한 특정 브루어리 와인을 똑같이 흉내 낸 실험실 와인, 즉 분자와인이 상용화 됐을 때 해당 브루어리에서는 법적인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는 레시피와 맛에 대해서는 지식재산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적인 차원에서 대체육(代替肉)은 정말로 고기 육(肉)을 써도 될까?
"미국에서는 대체육, 그러니까 비건 비프를 소고기라고 부를 수 있느냐에 대한 소송이 이미 있었어요. 하지만 FDA는 이 비건비프가 소고기가 아니기는 한데, '써도 된다'고 결론 내렸어요. 시대에 따라 식품 문화도 계속 변한다는 거지요. 결국 미국에서는 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준 거에요."
비슷한 소송은 식물성 달걀인 '저스트에그'도 겪었다. 유니레버가 달걀을 사용하지 않고 만든 '저스트마요'는 마요네즈라고 칭해서는 안 된다고 소송건 바 있다. FDA는 이 때도 '계란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경고문구만 삽입하도록 지시했다.
김 디렉터는 지금 나오는 다양한 형태의 푸드 테크의 결과물들이 시장에서 마케팅의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식량기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인식이 될 것인가의 영역은 실험실이 아닌 마케팅의 영역으로 이동 중인 셈이다. 마케팅 영역으로 이동한 푸드테크는 그 다음부턴 대중의 손에 맡겨진다.
"'넷 제로'와 푸드테크라고 했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너무너무 많아요. 사람들이 선호하는 특정 음식이 푸드테크를 통해 만들어지면 이걸 적당히 분배해야 하고, 또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인 음식 폐기물과 패키지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여기에 맛과 향취를 즐기는 사람들의 니즈까지 모두 고려돼야 하지요. 푸드 이노베이션은 식품공학자나 식품 영약학자만의 몫이 아니게 됐어요. 어떻게 만들고 조리하고 소비하고 이 모든 게 창의성의 영역에 있고 모두의 몫이 되었어요."
김 디렉터는 푸드테크 영역에서 더 많은 친환경적인 기술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푸드테크는 최첨단 과학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삶에 가장 깊숙이 맞닿아있어요. 기술의 발전과 사람들의 쓰임이 결국 우리 미래를 새롭게 그려낼 거에요. 그런 만큼 더욱 친환경적이고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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