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약 25억톤(t)이다. 이는 70억 인구가 공깃밥 10공기 분량인 1㎏의 식량을 분배받을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버려지는 부산물의 양은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생산되는 식량은 2배 수준이상이라는 추측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식품 제조 부산물은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부패하며 이산화탄소가 돼 기후 위기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는 '새롭게 자원화 할 수 있지만 버려지는 음식물'에 집중했다. 그가 세운 리하베스트는 맥주/식혜를 만들기 위해 쓰고 남은 보리 부산물(맥주박/식혜박)을 업사이클링해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원료로 재생산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기업이다.
보리 부산물은 식이섬유, 단백질 등이 풍부하고 위생적인 가공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일종의 원재료 상태와 유사하지만 폐기된다.
"보통 음식을 만들고 남는 부산물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쓰면 되지 않냐고 많이 말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어려운 이야기가 됐어요. 지방소멸이라든가 식량안보라든가 하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농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비료를 쓸 땅이 없는 거죠. 우리나라는 내수보다 수출을 많이 하는데, 수출량이 늘수록 제조 부산물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이 부산물은 어디로 가는걸까요?"
2019년 기준 국내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522만톤으로 이 중 38.1%는 퇴비로 쓰였고 36.2%는 사료, 12.7%는 바이오가스화, 13%는 발효 등으로 쓰였다. 농지는 지난 5년간 여의도 면적의 397배에 달하는 11만 5000헥타르(ha)가 사라졌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계속 늘고 퇴비화 되는 비율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입맛은 계속해서 까다로워지고 레시피는 다양해지고 있어요. 사과는 껍질을 깍지 않고도 먹을 수 있고 그렇게 먹으면 어떤 폐기물도 나오지 않아요. 하지만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주스를 만들기 위해 과즙을 짜내고 거품으로는 머랭을 치면 남는 과육은 부산물이 돼버릴 수밖에 없죠. 앞으로도 식품 제조 부산물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업사이클링은 폐기물을 활용해 더 나은 가치의 생산품을 만드는 것을 말하고 리사이클링은 동일한 가치로 만드는 것, 다운사이클링은 낮은 가치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국내에서 푸드 업사이클링을 하는 기업은 민명준 대표의 리하베스트가 최초로 알려져있다. 아직 새로운 기업들이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지도 않다.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은 여전히 불모지다.
"해외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이 굉장히 커요. 과거에는 식품 부산물을 비식품으로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식품으로 다시 공정하는 추세에요. 그리고 대기업 차원에서 시도돼 큰 성공을 거둔 예도 많고요. 하지만 한국은 아니에요. 그런 만큼 한국의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아주 커요."
민 대표가 볼 때 푸드 업사이클링은 세계적인 추세와 국내의 정책 방향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 기후 변화 협정을 채택하고 UN 권고에 따라 2020년부터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발전하고 이행하게 됐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동참 중이다.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수준으로 맞추는 게 목표다. 아직 국내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 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를 활용해 기업의 탄소배출 절감을 유도하는 등 강력한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에게는 푸드 업사이클링이 기업활동 영위를 위해 필요하다.
실제로 민 대표에게 다수의 기업들이 자사의 식품 부산물 업사이클링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다. 앞서 리하베스트는 보리 부산물을 받아오는 OB맥주와 협업해 이를 활용한 에너지바와 크래커 등을 만들었고, 투자를 받은 CJ제일제당과는 상품 제조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에게 업사이클링을 문의하는 기업은 곡물부터 수산물까지 부산물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푸드 업사이클링은 원가 절감 등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일반인들의 삶에서도 푸드 업사이클링은 절박하다. 넷 제로는 기후위기가 코앞에 닥친 지금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됐다. 매년 길어지는 혹서기와 혹한기는 일반인들에게 기후 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민 대표는 회사를 세운 2019년과 2022년 현재 사람들의 바뀐 인식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2019년 처음 회사를 세웠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 않았어요. '버려지는 것을 다시 먹는다'는 생각에 대한 인식이 컸으니까요. 최근에는 정말 많이 달라졌고, 다들 긍정적으로만 말해줘요.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해 만든 에너지바 등에도 크게 호응하고요. 그만큼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는 거지요. 이런 걸 현장에서 느끼면서 희망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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