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 환율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평가절하)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강달러에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한국이나 신흥국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공통된 현상이지만 중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에 발맞춰 금리를 올릴 수 있지만 중국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중국 당국의 개입에도 그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겼던 '포치(破七·달러당 환율 7위안 돌파)'를 막기 힘들어졌고, 위안화 약세에 대한 미국의 불만마저 제기되고 있다.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7일 역내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9658위안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7위안에 근접했다. 역외 위안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6.9971위안까지 치솟았다.
국제금융센터 이상원 부전문위원은 "지난해 말 대비 위안화의 약세 폭은 8.8%"라며 "중국이 비교적 관리 강도가 높은 환율제도를 운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약세 폭은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포치는 중국 외환시장에서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고시환율을 7위안 이상으로 발표한 것은 2019년 8월로 미중 무역전쟁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미중 양국은 수차례에 걸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당시 중국은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 시켰다.
이번 위안화 약세의 주된 원인은 통화정책이다. 미국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선 것과 달리 경기 둔화를 막아야 하는 중국은 통화 완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했다. 앞서 LPR 1년물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5년물은 1월과 5월 두 차례씩 내린 바 있다.
보통 LPR 1년물은 기업 대출, 5년물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지난달에는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1년물, 5년물 금리를 동시에 내렸다. 부동산 침체를 비롯해 생산과 소비 등 경제 전반에서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그만큼 커지면서다.
특히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폭염, 가뭄 등 이상기후와 전력난으로 생산·소비 등 경제활동 전반이 큰 역풍에 직면했다.
위안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도 적극 대응 중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12영업일 연속으로 역내 외환시장 개장 전 발표하는 기준환율을 시장 예상보다 낮게 고시했다. 또 지난 5일에는 외화 지급준비율을 기존 8.0%에서 6.0%로 낮췄다. 인하폭으로 보면 2004년 이후 최대치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은행들에게 위안화 대량 매도 공세를 자제할 것을 경고하는 등 구두 조치도 빠지지 않았다.
하이통증권 량중화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중앙은행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외환 지준율이나 자본통제 등의 수단을 활용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제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은 중장기적으로는 금리와 환율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평가절하 압력이 커지면 통화정책 완화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도 위안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올해 말 위안화 환율 전망치 평균은 6.90위안이다. JP모건은 중국의 추가 성장둔화 징후를 반영해 예상 위안화 환율은 내년 3월 말 7.00, 6월 말 7.05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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